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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by 하늘 호수 2011. 12. 10.

 

 

 

 

 

수술실에 들어가기까지는 간단한 수술로 알고 있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수술이 끝날거라고  설명했었다.

하반신마취를 해서 온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술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한 수술이라도 그 준비작업은 꽤나 복잡했다.

큰수술이나 작은수술이나 준비는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누운상태로 받던 수술이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내 몸을 옆으로 눕혀 수술을 계속 했다.

꽁꽁 묶어놨던 사람, 전혀 감각 없는 사람의 몸을 돌리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끝나갈 때인가 보다.

담당의사가 상태가 안좋아서 칼을 댔다고 하셨다.

관절경 수술만 하려고 했는데, 들어가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고,

MRI에도 보이지 않던 인대부분이 손상되어 정리작업했다고 한다.

깁스도 했다고 하며, 무통주사 달아놓는다고...

 

덕분에 3일은 통증과 약 기운에 비몽사몽하며 고통스럽게 지냈다.

무통주사를 계속 달고 있어도 진통제를 맞지 않고는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찌나 어지러운지 몸을 일으킬수도 없었다.

혼자는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하더니

정신 들고 보니 머리맡에 "낙상 고위험군 환자"라고 붙어있었다.

 

수술후 3일이 지나니 신기하게도 통증이 멎었다.

통증이 멎고 나니 퇴원하란다.

 

집에 와서 목발에 의지해서 움직이고 있다.

불편하기 그지 없다.

집안일은 몽땅 남편 몫이다.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던 남편에게 일복이 터졌다.

그래도 작년 한 해 동안 지방에서 혼자 지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마운 남편...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림 판공성사를 이미 보았다는 것이다.

대림절을 시작하며 판공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대림첫주 월요일에 절두산성지에 가서 고백성사를 하고 미사 참례하고 왔다.

판공성사를 보고 개운해진 마음으로 대림을 시작하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이렇게 빨리 판공성사를 보기는 처음이다.

개운하고 깨끗해진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며

다른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그것도 보람이고 기쁨이란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미사를 참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긴 했지만...

 

또 다행인 것은...

토요일에 김장을 하고 다음 월요일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간단한 수술이라 생각하고 김장을 하지 않고 병원에 입원했었더라면

아마도 올해 김장은 못했을 것이 뻔하다.

 

또 다행인 것은...

대형 병원인데도 불구하고 수술 날짜가 무척이나 빨리 잡혔다는 것이다.

원래는 수술예약이 밀려 있어서 12월20일이 넘어야 수술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실비보험해택을 볼 수 있는 기간이 경과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수술날짜가 12월초로 당겨졌고,

덕분에 보험해택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발목이 안 좋아 생각보다 큰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불행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다행스런 일들이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이렇게 많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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