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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나의 묵상

자전거를 타면서

by 하늘 호수 2012. 6. 26.

 

 

 

 

 

까만 바지에 빨강 티를 입고, 빨강색 핼멧을 쓰고 자전거에 오른다.

안양천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잠시 고민한다.

 

'오늘은 왼쪽으로 가자.'

 

왼쪽으로 가면 한강으로 가는 길이다.

안양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면 또 한번 고민한다.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오늘은 왼쪽으로 가자.'

 

왼쪽으로 가면 자연스레 목표지점은 방화대교다.

시원한 강물을 바라보며, 강바람도 느끼며, 신나게 패달을 밟는다.

강물을 바라보다가, 올림픽 대로 아래 심겨진 꽃나무를 바라보다가

걷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자전거로 쌩~하고 달리는 사람들도 구경하며 달린다.

 

신나게 패달을 밟다보면 어느새 방화대교에 이른다.

방화대교 아래 잠깐 머물며 바람을 맞는다.

시원한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준다.

왜 다리밑은 언제나 시원한 걸까.

 

잠시 쉬고

자전거에 다시 올라 집을 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패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갈때는 시원스레 달려가며 기분이 좋아져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갔는데

돌아오는 코스는 만만치가 않다.

패달을 밟는 다리가 뻐근해지고,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갈 때는 뒤에서 밀어주던 강바람에 마냥 신바람이 났었는데

돌아올 때는 맞파람에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 늘 같은 일의 반복이다.

갈림길을 만나면 어느쪽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 선택하고

가는 길이 순풍에 돛단배처럼 수월하게 간 날은

오는 길은 어김없이 맞파람에 고생을 한다.

그렇다고 집에 오는 것을 포기할 수도 없고...

 

자전거를 탈 때 마다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는 일과 인생은 참 많이 닮았다고.

 

우리네 인생 언제나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때마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나에게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사고

늘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주님께서는 내가 가야 할 길은

나에게 가장 알맞고 훌륭한 것으로 예비하고 계심을 믿기 때문이다.

일단 선택한 길에서 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주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도록...

 

또한 우리네 인생은 순풍에 돛단배처럼 언제나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괴로운 일이 있다.

자전거를 더 빠르고 신나게 달린 날 돌아오는 길은 어김없이 어느 날보다 더 힘들여 돌아온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어떠한 역풍이나 장애가 있더라도 모두를 극복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길 또한 희.노.애.락. 모든 일을 겪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내 집, 내 안식처에 돌아올 수 있고,

그 길은 내가 갈 수 밖에 없는 길이고, 반드시 가야만 할 길이 아니겠는가.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일

기도하며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기쁘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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