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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166) Q. 한국인에 대한 비난을 들으면

by 하늘 호수 2012. 9. 16.

[아! 어쩌나?] (166) Q. 한국인에 대한 비난을 들으면

Q. 한국인에 대한 비난을 들으면

   우리 민족에 대한 비난을 들으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한국사람들은 후진국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낮다. 욕심이 많아 만족할 줄 모르며 늘 짜증을 내고 불행한 삶을 산다. 냄비근성이 있어서 변덕이 심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불편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을 깎아내리는 이런 이야기들이 과연 옳은 이야기일까요?
 
 A.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고, 지금도 선진국 대열에 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민족들로부터 무의식적 시샘의 대상이 돼 비난을 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난은 그들 관점에서 하는 것이 많아 근거가 약한데도 우리 민족에게는 상처가 되고 있어서 심리 치료적 관점에서 비난에 대해 역비판을 하려 합니다.

 우선 '한국인들은 욕심이 많아 만족할 줄 모른다. 그래서 일상이 늘 불행하다. 행복지수가 낮은 편이다'는 이야기에 대한 반론부터 하고자 합니다. 대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인 사람들도 늘 웃음 짓고 만족하면서 사는데, 왜 더 잘 사는 우리 민족은 그러지 못하는가"하는 말을 합니다.

 우선 '행복지수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행복인가요?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사는 것이 행복인가요?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행복인가요? 아니면 의식주 걱정 안 하고 살면 행복인가요?

 심리학자 아브라함 마슬로우는 "욕구는 위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행복해하는 것은 여러 차원이 있고 상승 지향적이어서 행복 또한 그때그때 다르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어느 한 가지에 만족하면서 행복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입니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불행해 보이는 것은 상승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보이는 행위란 것입니다.

 후진국 사람들이 행복해보인다고 하는 사람들은 같은 후진국 사람들이 아닙니다. 여러모로 앞서 간 선진국 사람들이 어쩌다 오지를 방문해 느낀 짧은 소감을 피력한 것입니다. 이들은 후진국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면서 감상에 젖었을 뿐이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선진국인 자기 나라로 돌아갈 사람들이지 결코 오지에서 살 사람들이 아닙니다. 만약 그들을 보고 평생을 오지에서 살라고 하면 다들 도망갈 것입니다.

 또 후진국 사람들이 보이는 행복한 미소가 진정한 행복감에서 나온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많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온 사람들에게 내린 지침 중에는 '한국인들의 웃음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웃고는 있지만, 그 웃음이 진정 행복해서 웃는 것인지, 화나 나서 웃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 그때 우리 조상은 그런 웃음을 시도때도 없이 보였을까요. 억눌린 욕구를 분출한 곳이 없고 사회적 신분 상승이 불가능한 체제하에서 억지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애써도 살림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적 입지가 좋아질 여지가 없을 때 사람은 무기력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헤프게 웃고 작은 것에 자족하고 살면서 자기 마음이 상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보호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그런 모습을 보고 행복지수가 높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전에는 헤픈 웃음을 웃는 불행한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 안의 욕구를 정직하게 보고 표현하고, 충족하려고 하기에 남들이 볼 때 불행해 보일지 모르나 내면은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많이 듣는 이야기는 한국인은 '냄비근성'이 있어서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다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것인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역사적 상황에 무지한 사람들입니다. 변덕이 심한 사람들 특징은 불안감입니다.

 1년이 가도 2년이 가도 환경이 변함없는 사람들은 변덕 부릴 건더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남북분단 대치상황인지라 늘 마음 안에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음의 평안함을 갖는다는 것이 애초부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우리가 가진 이런 불안감을 승화시켜 한류문화를 만들어내고 세계 패션 시장 일번지로 자리매김을 하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과 싫증 내기를 잘하는 것이 일란성 쌍둥이 같은 것임을 입증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 민족이 하루하루에 만족하고 사는 민족이었다면 아마도 지금쯤 우리는 변방 후진국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한반도는 토끼가 허리 잘린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허리가 잘린 두 국가가 각자 대국들을 주무르는 강국이 됐음은 우리 민족의 에너지가 엄청났음을, 또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없는 대국기질 민족성을 갖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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