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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주일 - 김남조

by 하늘 호수 2013. 3. 3.

  

 

 

주 

 

 

주일은 마음 흡족하다

다른 날은 출항한 배를 기다리는

해 저문 항구와 같았는데

주일은 꽃을 둔 식탁에

아침 목욕을 마친 아이들을 앉힌다

밝고도 유순한 눈매가

태어나던 그 날의

내 자식으로 돌아들 왔구나

 

주일은 어버이도

그 어버이를 찾아뵙는다

풍금 소리에도 이슬떨기가 맺히는

아버지의 성당에 들면

아뢸 말씀 차리리 없고

출생의 날의 벌거숭이 나를

바쳐야 한다고

이 한 가지 알 뿐이다

 

일주간은 작은 생애

주일은 생금빛 창세기,

생명들이 눈 뜨는 환희와 놀라움이

하늘에서 내려와

죄인의 온 몸을 덮는다

 

 

- 김남조, 고요아침 <기도. 김남조 신앙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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