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일
주일은 마음 흡족하다
다른 날은 출항한 배를 기다리는
해 저문 항구와 같았는데
주일은 꽃을 둔 식탁에
아침 목욕을 마친 아이들을 앉힌다
밝고도 유순한 눈매가
태어나던 그 날의
내 자식으로 돌아들 왔구나
주일은 어버이도
그 어버이를 찾아뵙는다
풍금 소리에도 이슬떨기가 맺히는
아버지의 성당에 들면
아뢸 말씀 차리리 없고
출생의 날의 벌거숭이 나를
바쳐야 한다고
이 한 가지 알 뿐이다
일주간은 작은 생애
주일은 생금빛 창세기,
생명들이 눈 뜨는 환희와 놀라움이
하늘에서 내려와
죄인의 온 몸을 덮는다
- 김남조, 고요아침 <기도. 김남조 신앙시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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