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조각 맞추기
인생은 여러 조각들이 모여서 완성되는 하나의 그림 조각 맞추기 게임과 같다.
그림 조각 중에 어둡고 밝지 않은 색깔이나 예쁘지 않은 모양의 조각이라고 해서 그것을 떼버린다면 절대 그 그림은 완성되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 거실에는 매우 큰 테이블이 있었고 거기에 그림 조각을 맞추는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 놀이는 아버지가 먼저 시작하셨는데 그림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놀이를 시작해야 하므로 완성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상자의 뚜껑은 늘 감추어 두셨다.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면, 이 놀이를 즐겨 했다. 어떤 사람들은 불과 몇 분만 하다가 그만두었고 어떤 사람들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이 놀이를 했기 때문에 하나의 큰 그림 조각이 완성되는 데는 한 달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
몇 년 동안에 걸쳐 우리 집 식구들은 아마 수십개도 넘는 그림 조각을 완성했을 것이다. 나도 크면서 이 놀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점점 나는 이 놀이에 두각을 드러냈었다. 조각이 서로 들어맞는 것이 재미있었고, 다른 식구들이 못 찾고 있을 때 내가 먼저 찾게 되면 신이 났다. 특히 처음으로 숨겨져 있던 그림의 윤곽이 드러나는 조각을 찾았을 때 맛보는 희열이란....
그림 조각 상자가 놓여 있던 큰 테이블은 순전히 그 놀이를 하기 위한 테이블로 아버지가 어머니의 생일 선물로 사준신 것이었다. 나는 세 살인가 네 살쯤 되던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그 테이블과 조각 그림 상자를 사가지고 오신 날을 기억한다. 아버지는 테이블 위에다 상자에서 꺼낸 많은 조각들을 펼쳐 놓으시고 아주 즐거워하셨다. 어머니도 무척 좋아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 아직 어렸기 때문에 두 분이 왜 그런 종이 조각을 보고 좋아하셨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직 그 놀이를 함께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셨는지 부모님은 그 놀이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으셨다. 그러나 그 놀이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도 단순히 호기심으로 그 놀이에 함께하고 싶었다. 어느 날 아침, 혼자 거실에 있게 되자 나는 의자를 갖다 놓고 그 테이블로 올라가서는 널려 있는 그림 조각들을 보았다. 조각들은 상당히 작았다. 어떤 것은 밝고 아름다운 색깔이고 어떤 것은 어둡고 칙칙한 색깔이었다. 그것들는 거미나 벌레처럼 보기 싫고 좀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 보기 싫은 조각이 거기 있다는 것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둡고 칙칙한 색깔을 지닌 조각 몇 개를 가지고 내려와 소파의 쿠션 밑에 몰래 감추었다. 몇 주 동안에 내가 집에 혼자 있게 될 때마다 나는 테이블로 올라가서 어둡고 보기 싫은 모습의 조각들을 가지고 내려와서 소파의 쿠션이나 침대 밑에 숨겨 놓았다.
그래서 가족들이 아주 오랫동안 노력해도 그림조각을 완성하지 못했다. 마침내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는 그림 조각의 수를 다 세어 보고는 거의 백 개도 넘는 조각들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 조각들을 보았는지 물어 보았고 나는 보기 싫은 조각들을 감추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감추었던 조각들을 모두 찾아내어 드디어 그림 조각을 모두 맞추셨다. 나는 어머니가 그림 조각을 맞추던 모습을 기억한다. 감추었던 어둡고 칙칙한 색깔의 조각들을 비어 있던 자리에 맞추어 넣자 완성된 그림이 나타났다. 나는 너무 놀랐다. 나는 그 놀이가 조각을 맞추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 그림은 아주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닷가와 풍경이었다. 내가 감추었던 조각들 없이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어둡고 칙칙한 색깔이어서 보기 싫었는데 그런 조각 모두가 합쳐져야만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될 수 있음을 알았다.
인생도 그림 조각 맞추기와 같은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인생이라는 그림 조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둡고 칙칙한 그림 조각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은 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인생의 어떤 조각들을 받아들이고 어떤 조각들을 거부하거나 무시한다면, 예를 들어 성공의 기쁨이나 축제의 시간만을 인정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과 실패와 좌절을 체험했던 순간들은 거부하며 어두운 구석에 감추어 둔다면, 인생은 어느 한 부분만을 볼 뿐이지 결코 전체적인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림 조각 놀이에서 어두운 색깔의 조각처럼 나에게 찾아왔던 고통이나 슬픈 사건들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추고 싶은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삶의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마지막 한 조각으로 마침내 그림이 완성되니까. 우리는 완성된 그림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고 그림 조각 맞추기 놀이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고통이나 슬픔이라는 삶의 조각을 가지고 그들의 아름다운 삶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삶의 조각들은 전체 인생이라는 그림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국 그 조각들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은 삶의 조각들을 - 그것이 비록 어둡고 칙칙한 색깔이라고 하더라도 - 부정하는 사람들은 결코 발견할 수 없다. 고통이나 슬픔이라는 삶의 조각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종의 커다란 힘이다. 고통이나 슬픔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지혜를 배우면서 우리의 삶을 완성시켜나가야 하리라.
- <그대 만난 뒤 삶에 눈떴네> 레이첼 나오미 래멘 지음 -
- 남양성모성지 소식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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