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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기도

by 하늘 호수 2013. 10. 18.

 

 

 

 

1.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청원을 들어주시는 것,

아니면 들어주시건 말건 평화롭게 되는 은총을?

 

 

2.

기도의 네 단계

 

내가 이야기하고 당신은 들으시고.

당신께서 말씀하시고, 나는 듣고.

둘 다 말하지 않고, 둘 다 듣고.

둘 다 말하지 않고, 둘 다 듣지 않고 - 침묵.

 

 

3.

무갈 황제 아크바가 숲으로 사냥을 나갔다.

저녁기도 시간이 되자 그는 말에서 내려와

 땅에 자리를 펴고서 어디서나 열심한 회교도들이 하는 방식으로 기도하려고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아침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남편 때문에 심란해진 한 시골 부인이

걱정스럽게 실종된 남편을 찾으면서 그 옆을 달려갔다.

 

남편 찾는 일에 몰두해서 그 부인은

 황제가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못 보고 그한테 걸려 넘어졌다가 일어나서는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이 숲 속으로 달려갔다.

 

아크바는 이렇게 방해를 받아 화가 많이 났지만,

착실한 회교도인 만큼, 기도 중에는 아무에게도 이야기 안 하는 규칙을 지켰다.

 

그런데 기도가 끝났을 바로 그 무렵에 그 부인이 자기가 찾아낸 남편과 함께 즐겁게 돌아왔다.

부인은 황제와 수행원이 거기 있는 것을 보자 깜짝 놀라며 겁을 먹었다.

아크바는 그 부인에게 화풀이를 하며 소리쳤다.

"너의 그 무례한 행동을 해명하지 못하면 벌을 주리라."

 

그 부인은 갑자기 겁 없이 돌아서더니, 황제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폐하, 제가 그만 제 남편 생각에 몰두해서 폐하께서 여기 계신 것조차 알아뵙지 못하였습니다.

폐하께서 말씀하셨듯이 제가 폐하께 걸려 넘어졌을 때조차도 폐하를 못 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기도 중이셨고, 제 남편보다 한량없이 더 귀중하신 분께 몰두해 계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폐하께서는 저를 알아보셨다는 것입니까?"

 

황제는 부끄러워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후에 그의 친구에게 털어놓으면서,

학자도 물라(스승)도 아닌 한 시골 부인이 그에게 기도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노라고 말했다.

 

 

- 앤소니 드 멜로 지음, 분도출판사 <개구리의 기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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