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묵상 글/- 묵상 글

낮춤

by 하늘 호수 2013. 10. 9.

 

 

 

 

양반과 상민이 고기를 사러 푸줏간에 갔습니다.

주인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양반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봐라, 고기 한 근만 다오."

"예, 그러지요"

주인은 얼른 한 근을 잘라 건넸습니다.

 

이번에는 함께 온 상민이 말했습니다.

"여보게나, 나도 고기 한 근 주게나."

"예, 그러지요."

그러더니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잘랐습니다.

 

먼저 말한 양반이 얼굴을 찡그리며 따졌습니다.

"이 사람아, 같은 근인데 어째서 내 것보다 크게 자른단 말인가?"

주인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별것 아닙니다. 손님 고기는 '여봐라'가 잘랐고 이분 고기는 '여보게나'가 잘랐을 뿐입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고 했습니다.

어찌 말뿐이겠습니까?

작은 배려가 큰 배려로 되돌아오는 예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도 살면서 자주 잊어버립니다.

낮추면 높아지고 숙이면 존경받는 진리를 잊어버립니다.

그러기에 겸손은 덕이라 했습니다.

쉽게 도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을 낮추려면 덕을 닦는 심정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겸손은 마음먹는다고 가능해지는 처신이 아닙니다.

주위에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별스런 자리 아닌데도 함부로 판단하고 단죄합니다.

하늘의 도움 없이는 낮춤의 신비를 깨달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주는 실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신은근 지음, 바오로딸 <만남> 중에서 -

 

 

가시나무 : 연주 aubm 

 

반응형

'묵상 글 > - 묵상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뭘 찾고 계시우?  (0) 2013.10.23
기도  (0) 2013.10.18
포기하면 날지 못합니다.  (0) 2013.09.30
아름다운 고백  (0) 2013.09.21
당신의 눈길을 가르쳐 주소서  (0) 201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