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상민이 고기를 사러 푸줏간에 갔습니다.
주인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양반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봐라, 고기 한 근만 다오."
"예, 그러지요"
주인은 얼른 한 근을 잘라 건넸습니다.
이번에는 함께 온 상민이 말했습니다.
"여보게나, 나도 고기 한 근 주게나."
"예, 그러지요."
그러더니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잘랐습니다.
먼저 말한 양반이 얼굴을 찡그리며 따졌습니다.
"이 사람아, 같은 근인데 어째서 내 것보다 크게 자른단 말인가?"
주인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별것 아닙니다. 손님 고기는 '여봐라'가 잘랐고 이분 고기는 '여보게나'가 잘랐을 뿐입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다고 했습니다.
어찌 말뿐이겠습니까?
작은 배려가 큰 배려로 되돌아오는 예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도 살면서 자주 잊어버립니다.
낮추면 높아지고 숙이면 존경받는 진리를 잊어버립니다.
그러기에 겸손은 덕이라 했습니다.
쉽게 도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을 낮추려면 덕을 닦는 심정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겸손은 마음먹는다고 가능해지는 처신이 아닙니다.
주위에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별스런 자리 아닌데도 함부로 판단하고 단죄합니다.
하늘의 도움 없이는 낮춤의 신비를 깨달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주는 실망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신은근 지음, 바오로딸 <만남> 중에서 -
가시나무 : 연주 aubm
반응형
'묵상 글 > - 묵상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뭘 찾고 계시우? (0) | 2013.10.23 |
---|---|
기도 (0) | 2013.10.18 |
포기하면 날지 못합니다. (0) | 2013.09.30 |
아름다운 고백 (0) | 2013.09.21 |
당신의 눈길을 가르쳐 주소서 (0) | 2013.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