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이야기
올여름 휴가, '공소' 방문은 어떠세요? 정리 교계사회부 전은지 기자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올여름에는 한국교회의 모태이자 신앙이 태동한 ‘공소’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천주교 신자에게는 신앙의 뿌리를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이번호 ‘신문이야기’는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가 발간한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공소」에 실린 공소를 교구별로 소개한다.
- 공소란?
교우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소규모 공동체를 말한다. 한국 천주교회가 온갖 박해를 받을 당시, 선교사와 사제 없이 신앙의 뿌리를 내리던 시기에 공소가 시작됐다. 공소는 한국 천주교회의 첫 모습이자 신앙의 원형이다.
춘천교구 거두리본당 고은리(곰실)공소
주소 :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동내로 220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는 일찍이 ‘곰실’로 불리던 곳이다. 곰실공소는 춘천 최초의 공소다. 곰실 본당의 설립은 청년 엄주언 마르티노의 헌신적인 전교활동이 밑거름됐다. 엄 마르티노는 청년 시절 우연히 천주교 서적을 읽고 구도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천진암으로 가서 세례를 받고, 전교의 사명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냉대받고 고향에서 쫓겨난다. 그는 고은리의 한 폐가를 사서 정착한 후 자선과 모범적 신앙생활로 이웃들을 감화시켜 300명에 가까운 신자를 만든다. 엄 마르티노의 헌신적 노력으로 1920년 곰실공소가 건립되고 상주 사제 파견을 간청한 결과, 그해 9월 김유룡 초대 주임신부를 모시고 춘천지역 최초의 본당이 됐다.
대전교구 동문동본당 상홍리공소
주소 : 충청남도 서산시 음암면 상홍2길 122
과거에는 ‘가재공소’라 불린 곳이다. 가재는 갈재 밑에 있는 마을로, 가래나무가 많았다 하여 그렇게 불렸다. 이 마을에 공소가 세워진 것은 적어도 1884년 이전의 일로 추정된다. 1921년 3월 폴리 신부가 그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건축하는 중임을 보고한 것으로 보아 공소 건물이 1921년경 완공했음을 알 수 있다. 당시는 공소가 아니라 본당이었다. 1937년 동문동으로 본당을 옮기면서 이곳은 공소가 됐다. 상홍리 공소는 전통적 한옥 목조 건축양식을 비교적 온전히 갖춘 보기 드문 근대 건축물이다. 문화재청은 상홍리 성당이 ‘서양의 종교 공간에 한옥의 구법을 활용한 귀중한 자료’임을 인정해 2007년 7월 3일 등록문화재 제338호로 지정했다.
인천교구 덕적도준본당 진리공소
주소 :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덕적남로54번길 25
1951년 연평도에 살던 한 가족이 이주해 오면서 덕적도에 천주교가 전파됐다. 1959년 답동 본당 주임 버크 신부가 서포리공소(현 덕적도준본당)을 설립했다. 1960년부터는 연평도 본당으로 관할이 바뀌면서 연평도본당 파퀘트 신부가 덕적도를 정기적으로 왕래하며 사목했다. 1962년 연평도 본당에 부임한 즈베버 신부가 덕적도의 공소들을 방문해 신앙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가톨릭 구제회의 지원을 받아 섬 개발에도 착수했다. 1964년에는 미해군 쾌속정 Q보트를 병원선 ‘바다의 별’로 개조해 연평도와 덕적도를 왕래하며 주민들에게 의료 활동을 폈다.
수원교구 천리요셉본당 사리틔공소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서리로 208-1
박해 당시 교우들이 숨어 살던 마을 사리틔의 현재 지명은 ‘서리’이다. 1791년 겨울, 신해박해로 체포된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배소로 출발하기 전에 형장을 맞고 길을 떠났다가 도중에 객사하자 그의 자손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이사해 살았다고 한다. 여교우와 남교우는 따로 공소예절을 했는데, 아직도 공소에는 남녀가 나뉘어 출입했던 문을 찾아볼 수 있다. 고해성사도 따로 마련된 방에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경 사리틔공소에서 묵주와 기도서가 담긴 항아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현 건물은 1977년 6월에 봉헌된 한옥이다. 공소예절과 함께 2006년까지 레지오와 성모회 회합장소로 명맥을 이어왔다.
원주교구 풍수원본당 새점터공소
주소 :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월송 석화로 518번길
1908년 설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801년 신유박해 때부터 신자들이 모여들어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새점터라는 지명은 ‘사기점토’라는 말이 변화됐다. 오랜 세월만큼 성직자와 수도자도 여럿 배출했다.
의정부교구 법원리본당 갈곡리공소
주소 :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화합로 466번길 51
갈곡리공소는 옛날에는 칡이 많던 곳이었는지 ‘칡의 계곡(갈곡, 葛谷)’으로 불렸다. 순수 우리말로는 칡의 마을이란 뜻의 ‘칡울’이라 불려, 원래는 ‘칠울공소’라고 불렸다. 홍천과 풍수원에서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칠울 인근 우골에 정착해 살다가 구한말 갈곡리와 신암리 일대에 집단으로 공동체를 이뤘다. 옹기그릇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던 교우촌이 형성되어 파주 지방 천주교 신앙의 요람으로 성장했다. 1898년 서울대교구 중림동 약현본당의 칠울공소로 설립됐으며, 현 건물은 1955년 노기남 대주교 주례로 축성 봉헌됐다. 2008년에는 기존의 낡은 칠울 강당이 개보수돼 단체 피정이나 연수도 가능하다.
대구대교구 용성본당 구룡공소
주소 :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구룡마을길 361-5
1830년경 설립됐다. 구룡공소는 첩첩산중의 교우촌에 있다. 1815년 을해박해 때 경북 청송에서 신자들이 이곳으로 피난 와 신자 공동체를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병인박해 이후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경남 언양으로 가면서 이곳을 여러 차례 다녀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목조건물을 1895년경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1년 대구교구 초대교구장 드망즈 주교가 성모설지전을 구룡공소 주보로 정하고 준 본당으로 축성하고 미사를 봉헌했다.
부산교구 인보본당 하선필공소
주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하선필1길 16-1
1852년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경상도에서 전교하던 시절 형성된 교우촌으로 역사가 깊다. 병인박해 후 한 베드로 집안과 김문옥 신부의 전교로 선필공소가 설립됐다. 1876년 로베르 신부, 뮈텔 주교, 드망즈 안 주교 등 많은 성직자가 거쳐 간 장소이기도 하다. 현 공소는 1923년 건축됐다.
청주교구 이월본당 새울공소
주소 :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점새울2길 35
새울마을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을 포함해 일곱 명의 사제가 배출된 충청북도 가톨릭 성소의 본향으로 전해지고 있다. 염 추기경은 이중 신앙의 흔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남아 있는 진천 백곡과 이월 등을 자주 찾았고, 현재도 파주 염씨 집성촌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울교우촌은 1801년 신유박해 이후 형성되었던 진천 배티성지 인근 교우촌 10여 곳 가운데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우촌 중 하나다. 새울교우촌에 살았던 김준기(안드레아, 2차 시복 대상자)ㆍ조대여(판크라시오)ㆍ신 서방ㆍ김 서방ㆍ허 서방 등이다. 이들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청주에서 순교했다. 1890년대 초 새울공소는 오랜 세월 낡고 허물어져 현재의 경당으로 복원됐다.
마산교구 문산본당 사봉공소
주소 : 경상남도 진주시 진성면 진성로 350-125
1956년 설립됐다. 현 공소는 2005년 건축됐다. 복자 정찬문 안토니오는 사봉 출신으로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진주에서 체포돼 1867년 1월 25일 순교했다. 2014년 8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정찬문 안토니오 묘도 사봉공소에 있다.
안동교구 안계본당 쌍호공소
주소 : 경상북도 의성군 안사면 안사풍천길 1070-5
병인박해가 끝난 후, 당시 경상도 지역을 순회 전교하던 김보록 신부가 1891년 공소를 방문해 성사를 집전했다. 청호리(쌍호)공소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기록이다. 1893년 조선교구장인 뮈텔 주교가 쌍호공소에서 견진성사를 주었는데, 당시 신자 수는 50여 명에 불과했다. 신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1934년 공소 건물이 신축됐다. 14명의 사제와 남녀 수도자 13명을 배출한 공소로도 유명하다.
광주대교구 일로본당 환학동공소
주소 :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환학길 1
1880년 이 지역에 신앙이 처음 전해졌다. 1913년 목포본당(현 산정동본당)의 공소로 편입돼 공소가 신축됐다. 1956년 5월 일로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환학동공소는 일로본당으로 편입됐고, 목조 십자가 성당 40평이 신축됐다. 1960년도에 환학동공소의 관할구역에 일로면 상신기, 광암, 산정, 복용, 양장, 당호리 등이 포함되면서 신자 수가 4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1968년 이후 산업화와 이농 현상으로 신자 수는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1992년 오래된 목조 성전 대신에 벽돌로 된 새 성전을 신축하고, 1996년 조립식 교육관을 지었다.
전주교구 고산본당 되재공소
주소 :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면 승치로 477
고산본당의 전신인 되재본당은 1895년 한강 이남에서 처음 세워진 본당이자 최초의 한옥 본당이다. 프랑스 외방전교회의 비에모 신부가 프랑스 은행으로부터 대부받아 건축공사를 시작해 완공했다. 고산 · 되재 지역은 박해시대부터 전라도로 이주해오는 교우들의 관문 역할을 한 곳으로 알려졌다. 교우촌이 많았던 만큼 이 지역 박해도 심했고 순교자들도 많이 배출했다. 되재본당은 1942년 공소로 격하됐으며, 6.25 전쟁 때 한옥 건물을 소실했고, 그 자리에는 1954년에 다시 세운 공소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되재성당 뒷산에는 본당이 설립되기 전 고산 지역에서 사목하다 열병으로 선종한 조스 신부와 라푸르카드 신부의 묘가 있다.
제주교구 신창본당 용수공소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용수길 149-9
1949년 설립됐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1845년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은 후 일행 13명과 함께 라파엘호를 타고 서해로 귀국하려다 폭풍을 만나 표류하던 중 닿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성당과 기념관, 라파엘호 모형이 전시돼있다.
출처
1.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공소」/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엮음 / 가톨릭출판사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회원들이 제작한 사진집이다. 교회 사진가들은 2014년부터 전국 700여 개 공소 중 63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촬영했다. 여전히 신앙 선조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뿌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곳곳에 숨어 신앙을 간직하고 있는 공소들을 사진집으로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 천주교 서울대교구 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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