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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성지따라 발길따라

초남이성지 - 전주교구

by 하늘 호수 2021. 12. 30.

초남이성지 전경 (왼쪽 건물이 고해소, 가운데 웅덩이, 오른쪽 건물이 성요셉성당)

초남이성지

초남이성지는 복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1756~1801)가 나고 자란 곳으로, 그와 그의 가족이 박해의 위협 속에서 복음을 몸소 실천한 삶의 현장이다. 신학문을 하는 이들과의 접촉으로 진리에 눈을 뜬 유항검은 1784년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베풀었다. 숙식을 제공하면서까지 정성껏 교리를 가르쳤으며, 멀리 금구와 고창과 영광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였다. 호남 최고의 부자로서 평소에 가속들과 이웃에게 적극적으로 베풀었고 종들을 형제처럼 대하는 덕스러운 삶을 살았기에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가성직제도에서 사제로 활동하였지만 이 제도가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남을 가장 빨리 알게 되어 동생 유관검과 함께 이를 알리고 멈추도록 촉구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성사생활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자, 외국으로부터 성직자를 영입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깨달아 이 운동에 앞장섰고 이를 위해 거금을 제공하였다.

중국인 주문모 신부를 초남이에 초대하여 성사를 집행하도록 하였고, 장남 유중철 요한이 몸과 마음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고자 하는 지향을 발하였을 때 이를 지켜주기로 결심하였으며, 같은 뜻을 지닌 한양의 이순이 루갈다와 혼례를 추진하였다.

동정부부는 바로 이곳에서 하느님을 뜨겁게 사랑하고 서로를 위하면서 4년 동안 함께 동정을 지켰다. 특히 이순이가 옥중에서 친정 식구들에게 쓴 편지를 통하여, 초남이의 가정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가정과 이웃 안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복음적인 삶을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

1801년(음력) 신유박해 때 유항검은 전주 남문 밖(현 전동성당)에서 능지처참형을 받았으며, 대역부도죄인으로 여겨진 유항검의 가족은 연좌형에 따라, 유중철 요한과 유문석 요한은 전주옥에서, 이순이 루갈다, 유중성 마태오, 신희와 이육희는 숲정이에서 처형되었다. 유항검의 어린 자녀들은 거제도, 흑산도, 신지도로 유배를 가게 되었는데, 특히 유항검의 막내딸 유섬이는 9살의 나이에 거제도로 유배 가, 그곳에서 71세가 될 때까지 거룩한 삶을 살았던 것이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살던 초남이의 궁궐 같은 집은 파가저택형을 받아 집을 부수고 땅을 파 웅덩이로 만드는 바람에 집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고, 늦게까지 남은 일부 웅덩이 자리 위에 지금의 성지를 조성하게 되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여 거행한 시복식에서 유항검과 장남 부부인 동정부부 유중철과 이순이, 차남인 유문석, 조카인 유중성이 복자로 선포되었다.

성요셉성당
고해소
물웅덩이와 고해소
성요셉성당 제대
이집트로 피난하는 성가정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색유리화
성탄절의 성요셉성당 제대

 


조선천주교 최초 교리당
초남이성지 교리당(한국 최초의 순교자 묘소)

한국 최초의 순교자 묘소

이곳 교리당 안에는 한국 최초의 순교자인 복자 윤지충 바오로(1759-1791)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1751-1791), 신유박해 순교자인 복자 윤지현 프란치스코(1764-1801)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용기있게 증거한 첫 순교자들의 신앙의 모범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감화를 주었고 믿지 않는 이들에까지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복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는 자신의 이종사촌 동생인 윤지충과 외종사촌 형인 권상연이 순교한 이후 이들의 유해를 자신의 땅인 바우배기에 안장하였고, 함께 묻은 백자사발지석에 이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였다. 이들이 순교한 지 230년이 지난 2021년 3월 11일, 바우배기 묘소 정비 중 이들의 유해와 유물이 발견되었다.

복자 윤지현 프란치스코는 복자 윤지충 바오로의 동생으로, 형의 순교 이후 고산에서 신앙을 지키고 전하며 살다가 1801년 이종사촌 형 유항검과 함께 남문 앞에서 능지처참으로 순교하였다. 복자가 순교한 지 220년이 지난 2021년 3월 11일, 바우배기 묘소정비 중 한국의 첫 순교자들의 유해와 함께 복자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전주교구 교구장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는 이들의 유해 발견 이후 훈령을 통하여 묘소발굴과 순교자 유해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하였다. 과학적인 검사를 통하여 유해의 진정성이 확인되자, 김선태 주교는 2021년 9월 1일 교령을 통해 이를 공표하였다. 전주교구는 발견된 순교자들의 유해의 보존과 공경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였으며, 9월 16일에 이들의 유해를 이곳 교리당안에 안치하였다.

교리당
유해 안치 전 교리당 내부 모습
교리당에 모셔진 유해
십자가의 길 1처

 

<가톨릭평화신문 기사>

전주교구 초남이성지, 한국교회 첫 교리당에 십자가의 길 조성

복자 유항검·유관검 형제가 신자들 가르치던 ‘교리당’ 생가터·성당 등 재단장

발행일2021-03-07 [제3234호, 5면]

 
초남이성지 교리당에 설치된 십자가의 길 모습.

전주교구 초남이성지(담당 김성봉 신부)가 우리나라 첫 교리당에 등신대(사람과 같은 크기) 십자가의 길 조성을 마무리하고, 순례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교리당은 복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와 유관검 형제가 교리에 대해 논하고 신자들에게 가르쳤던 곳으로, 초남이 성지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초남이성지는 순례자들이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순교신심을 함양할 수 있도록 2년에 걸쳐 성지와 교리당 조성을 구상하고, 십자가의 길을 준비해 왔다.

이번에 새로 설치된 십자가의 길 14처는 제주 성 이시돌 목장 14처를 조각한 박창훈(요한 세례자) 작가의 작품이다. 실제 사람의 크기로 제작된 14처는 전부 동으로 제작됐다. 14처는 지난해 성탄 시기에 초남이성지 유튜브채널과 바오로딸 가톨릭음악채널에서 테너 이영화(마태오)의 성가 동영상으로 공개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성지는 복자 유항검과 복자 유중철(요한)·이순이(루갈다) 동정부부가 일상 안에서 신앙을 증거한 ‘생가터’와 유항검·유관검 형제가 직접 교리를 가르치던 ‘교리당’, 이들 순교자들의 유해가 치명자산으로 이장되기 전까지 112년 동안 매장됐던 장소인 ‘바우배기’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재단장에 들어간 성지는 생가터 파가저택 웅덩이 재단장과 성당 확장공사를 마치고, 10월 18일에는 교리당에 14처 설치를 완료했다. 특히 성지는 이번 사순 시기에 순례자들이 찾아 기도하기 좋도록 최근 주변 조경작업까지 마무리했다.

재단장을 마친 성당과 십자가의 길 축복식은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주례로 거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돼 올해 상반기에 진행될 예정이다. 성지는 앞으로 순교자 유항검의 가족이 묻혔던 원 가족묘 자리인 ‘바우배기’의 재단장을 계획하고 있다.

성지 담당 김성봉 신부는 “코로나19로 조금 위축돼 계실 교우들이 성지에 와서 기도하면서 쉬어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유항검 나눔의 집
유항검 나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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