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순 덩어리입니다
-아베라르도 디니 신부
주님, 당신이 창조하신
이 우주 안에
하나의 놀라운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만물이 각각
자기의 질서를 지키고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모든 피조물은
당신의 능력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 땅 위에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피조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것은 결코 당신의 탓이 아니고
온전히 나의 탓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이 합쳐진 피조물,
정말 이상한 존재입니다.
나는 다른 이의 우수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미워하고
짓밟으려 합니다.
나는 조용한 곳을 원하면서
다른 이들에게서는 침묵을 빼앗으며
시끄럽고 귀찮게 굽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바라면서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습니다.
도움받고 이해받기 바라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 주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좀더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면서도
그것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타인의 자유와 사회의 정의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나는 인생의 길을 가면서
내리막길에서는
미끄러지듯 내려가지만
오르막길에서는
한 발도 나아가려 하지 않으며
쉬는 곳에서는
주저앉아 버리고 맙니다.
주님, 당신은
이 같은 나의 모순된
인간적인 약점을 극복하도록
도와 주시려 오셨습니다.
말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요한1, 2. 11-12 )
주님, 당신은
영원으로부터 계신 말씀이시나
나의 말은
태어난 후에야 배운 것이며
당신은 변치 않는 말씀이시나
나의 말은 자주 변합니다.
당신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하여
사람이 되신 말씀이시나
나는 이기적인 욕망과 환상과
착각에 빠져 있는 말입니다.
주님은 밤의 침묵 속에
탄생하심으로써
우리에게 당신의 침묵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 침묵은
음향이나 목소리가 아닌
오직 생명과 진리 자체이신
진정한 말씀을 담은 침묵이며
당신이 몸소 살으시고 체험하신 가난과
당신이 찾아 얻으신
자유가 담겨진 침묵입니다.
그 침묵은
사람들과 사물을 통하여
진정으로 봉사하신
헌신적 사랑을 보여 주신 침묵이며
당신의 존재는 감추시면서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지를
계시해 주신 그러한 침묵이고
진리의 말씀이 되시기 위한
진정한 침묵입니다.
주님, 나로 하여금
침묵 중에 당신과 함께 있게 하시고
다른 이들에 대한 나의 태도를
깊이 반성함으로써
그들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그들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줄 알게 해주십시오.
항상 다른 이의 겉모습보다는
그 속에 간직되어 있는
진실과 착한 마음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알게 해주십시오.
주님께서 침묵 중에 실천하신
사랑의 삶을 차분히 생각하면서
나도 용기를 가지고
이웃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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