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묵상 글/- 묵상 글

악마의 특강

by 하늘 호수 2009. 7. 28.

 

 

 

악마의 특강

 

 

가을을 맞이하여

악마 대학교에서는

은퇴한 명예 교수님을 초빙하여

특강을 들었다.

 

젊은 교수 시절,

명교수로 이름이 높았던

이 악마 교수의 특강은

생각보다는 짧았으나

뼈대만은 분명했다.

강의 내용은

'인간을 우리 자식이

되게 하려면'이었다.

 

"초보자가 인간을

유혹하고자 할 때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인간을 고르시오.

바쁜 인간은

죄지을 틈도

가지지 못합니다."

 

"보통 인간들은

못 하나 가져가는 것은 도둑이 아니고

금반지를 훔치는 것은 도둑이라 하지요.

그러나 어떻습니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습니까.

이처럼 죄 같지도 않은

죄부터 짓게 하시오.

그러면 이내 우리가 원하는

종이 되어 따라올 것입니다."

 

"특히 이 점을 명심하시오.

혀가 가벼운 인간들,

그들을 공략하기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입이 항시 닫힐 줄 모르고

혀를 날름날름 잘 내미는

인간보다 손쉬운 것은 없소."

 

학생 악마들은

"와." 웃다 말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더러는 집게손가락으로

혀를 꽉 붙드는 녀석도 있었다.

은퇴 교수의 명강의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잘 함락되지 않는 인간은

그의 친구를 이용하시오.

친구가 붙들어 주면

우리의 멍에를 쉽게 꿸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인간들은

부쩍 스피드를 좋아한다면서요?

3분 사진, 1분 라면이라는 것이

잘된다고 들었소.

인간을 벼락감투, 벼락부자 같은

환영으로 꾀시오.

그런 고속화 미끼가

최첨단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게 하나 있소.

아무리 연약해 보이는 인간이라도

무릎을 꿇고 있으면 조심해야 하오.

통회하는 인간에게는

덤벼 보았자 헛일입니다."

 

 

- 정채봉 향로1 <바람의 기별, 생활성서출판사> 중에서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