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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숨겨진 연민

by 하늘 호수 2009. 7. 31.

 

 

 

 

 

숨겨진 연민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습니다.

달랑 탁자는 4개뿐인 이곳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 냅니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모 TV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온 남자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먹고 아내까지 떠나버렸습니다.

용산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한 끼를 구걸했습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 보니 독이 올랐습니다.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습니다.

두 그릇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습니다.

할머니가 쫓나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

 

그 한 마디에 아저씨는 용산역 앞으로 돌아가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습니다.

 

(오마이뉴스 2007년 2월 15일자 참조)

 

-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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