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나절은
어느 때보다도 내 십자가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벗어나고 싶다.
그래, 어디론가 떠나보자.
어디로?
음 ~
음 ~
바다 보러 갈까?
그래 달려보자, 영종대교를 건너 을왕리로 가볼까?
CD의 볼륨을 높여보자, 차가 울리도록
목청 높여 따라 불러보자, 듣는 사람 없으니
지금 흐르는 노래(기억하라)에 feel이 꽂힌다.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영종도 들어설 때부터 앞을 분간하기 힘든 안개...
온통 안개 세상이다.
바로 앞도 분간하기 힘드니, 자동차 라이트를 켜고 달린다.
라이트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면서..
빨리 갈 필요도 없으니, 규정 속도로만 달려보자.
을왕리해수욕장으로 바로 가려다가 왕산해수욕장에 먼저 주차.
주차하고 바다쪽으로 걷는다.
아직도 온통 안개속이다.
모래사장쪽으로 걷는다.
안개때문에 바다는 보이지 않는데, 쏴아아~파도 소리가 들린다.
더 가까이 가도 보이지 않더니,
차츰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물결,,, 파도,,,
서해에서 이렇게 성난 파도는 처음이다.
동해의 힘센 파도처럼 오늘은 왕산해수욕장의 바다도 그렇다
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휩싸인 바닷가에 혼자 서 있다.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
바다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파소소리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하다.
와라, 와라, 와라 하면서 파도에 도전장도 내밀다가
가라, 가라, 가라 하면서 마음속의 앙금을 함께 떠나 보내 본다
소리를 질러보다가
노래를 목청껏 소리쳐 불러보기도 한다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한참을 머물다가 을왕리해수욕장으로 출발.
을왕리해수욕장도 안개에 갇혀있다.
방파제쪽으로 내려선다.
물이 빠진 바다에 굴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위무리가 버티고 서 있다
이 바위 저 바위를 폴짝 폴짝 건너다니며 한참을 논다
아~~ 시원하다~~~~
배가 고프네
뭔가를 좀 먹어야겠는데,
혼자만의 시간에 제일로 어려운 것은 식사다.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칼국수를 먹으러 들어가기로 결정.
혼자 음식점 들어가기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만
당당하게 들어가서 1인분을 주문.
그리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조개국물은 시원하다.
이제 배도 든든하니, 돌아가 볼까?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을 인천대교를 상상하며 그리로 가기로 결정.
인천대교를 들어섰는데
어찌된 일인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인천대교 가운데쯤 가니 쨍쨍 내리쬐는 햇살에 바다는 은물결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 모습 중의 하나가 반짝이는 은물결이 아닌가..
내 인생을 필름처럼 보는 하루였다.
평화롭고 따사로운 봄날이었다가
앞으로 나설수록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이었다가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밝은 세상이었다가
강하게 부딪혀 오는 성난 파도의 세상이었다가
잔잔하게 반짝이는 은물결의 세상
그래.. 그래... 그냥 그렇게 사는거지 뭐...
모래사장에 들어섰는데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 왕산해수욕장
분명 파도 소리는 가까이 들리는데...
차츰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
뒤를 돌아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철저히 혼자만의 세상이다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는 보이지 않고, 가까이 와야 겨우 볼 수가 있는 파도
저 멀리의 파도는 정말 성이 나 보이는데...
을왕리 고깃배들은 안갯속에 발이 묶이고...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를 간신이 한 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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