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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그가 나를 찾아주기 위하여(박영만) /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이근배)

by 하늘 호수 2010.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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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찾아주기 위하여

- 박영만

 

어느 날  문득

인생의 들판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나는 내가 내 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성공이라는 그림자를 쫓아
좋은 것, 남이 알아주는 것이라는
쓰레기더미를 쌓아가며
알량한 것들을 이루려 애쓰고 있는 동안
나는 내가 내 곁을 떠나버린 것을 몰랐다
 
내가 누우면 함께 따라 눕고
내가 일어서면 같이 일어서 주던
늘 나와 함께 해 주던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진 명함...
내가 사들인 물건들...
내가 마련한 부동산, 주식, 보험, 연금...
그 어디에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아도
나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가 내 곁을 아주 떠나버린 것을 알았을 때
그가 피 흘리며 십자가에 매달려 있음을 보았다
그가 나를 찾아주기 위하여...
나의 존재를 위하여...
나의 구원을 위하여...

 

 

 

국내외 명시 138편을 선정하여 새롭게 고쳐 쓴 시집. 푸쉬킨, 워즈워드, 릴케, 이육사, 황진이 등 전세계의 유명시인들의 작품을 패러디하였다. 각 시인의 시를 기본 틀과 운율은 살리면서, 소재와 내용을 새롭게 하여 시대 정서를 의미와 웃음으로 담아내고 있다. 일상의 다양한 상황을 풍자적으로 묘사해 시를 통한 웃음과 생의 진실을 들려준다.
지은이 박영만은 세상의 모든 것들로부터 의미 있는 웃음과 생의 진실을 발견해내고자 매일같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의 방랑자이다.
지은 책으로 <끝내지 않은 마침표>, <세상의 중심에서 유머를 외쳐라>, <크리스천 유머>, <살아있는 동안 꼭 읽어야 할 유머 70가지>가 있고, 번역한 책으로는 O.헨리 단편집 <도시는 아득히 먼 곳에 있었다>가 있다.
상지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오랜 출판계 생활을 거쳐 현재는 프리윌출판사 대표로 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이근배

 

어느 날 문득

서울 사람들의 저자 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산이 내 곁에 없는 것을 알았다

 

낮도깨비 같이 덜그럭거리며

쓰레기 더미를 뒤적이며

사랑 따위를 파는 동안

산이 떠나버린 것을 알았다

 

내가 술을 마시면 같이 비틀거리고

내가 누우면 따라서 눕던

나는 산을 잃어 버렸다

 

내가 들르던 술집 어디

내가 만나던 여자의 살냄새 어디

두리번 거리고 찾아도

산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산이 가버린 것을 알았을 때

나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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