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사람들은 밤을 두려워했습니다.
무서운 존재들이 밤에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존재들은 대부분 밤에 나타나 우리를 괴롭힙니다.
더욱이 밤에는 자신의 마음도 믿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악령들이 마음을 차지해서 낮에는 부끄러워 차마 할 수 없는 일을 하도록 나를 유혹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듯이 밤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언제나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예수님께서는 그 밤에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아마도 어두운 밤에 대한 공포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하시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밤에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탄생하셨다는 사실은
단순히 그 밤을 없애시려고 하지 않고, 그 밤을 오히려 축성하려고 하신 것입니다.
두렵고 어두운 밤도 예수님의 탄생으로 축성되면, 거룩하고 아름다운 밤으로 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밤에는 어두움과 공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밤이 거룩할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그렇듯이 오늘 이 거룩한 밤에, 예수님의 탄생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우리의 마음 안에 있는 밤과
그 밤의 두려움들도 모두 축성해 주실 것입니다.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 어둡고 두려운 밤을 거룩하고 아름다운 밤으로 바꾸어 놓으신 것처럼,
나의 마음 안에 있는 그 어둡고, 두려운 것들도 거룩하고 아름답게 바꾸어 주실 것이라 믿고
그렇게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밤에 태어나셔서 우리에게 오신 이유일 것입니다.
중세 이후에 나온 성화 중에는 요셉 성인이 자신의 옷을 벗어 아기 예수님을 감싸 안는 장면이 나옵니다.
요셉 성인의 옷이 아기 예수님을 감싸는 포대기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 장면을 보고 누군가가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요셉 성인이 깨끗한 천을 구하지 않고, 왜 입고 있던 옷으로 하늘 아기를 감쌌습니까?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분은 그분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나를 감쌌습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충분히 따뜻했습니다."
태어난 아기 예수님!
그분께 어울리는 것을 찾아서 그분을 감싸드리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분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닐 지 몰라도,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분을 감싸드려도
그분은 따뜻함을 느끼신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둡고 두려운 밤을 축성하신 예수님!
그래서 거룩하고, 아름다운 밤으로 바꾸어 놓으시는 예수님!
그리고 당신께 어울리지는 않지만 우리가 가진 것으로 당신을 감싸드려도 따뜻함을 느끼시는 예수님!
그 예수님께서 이 밤에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오승원 이냐시오 신부님의 <완성하지 못한 주일 강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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