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데 플란데스, <광야의 유혹>
목판유화, 21X15.5cm, 국립미술관, 워싱턴
이 그림의 작가 후안 데 플란데스(Juan de Flandes 1450?∼1519)는
지금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일부 지역을 일컫는 플랑드르 지역 출신의 화가입니다.
그러나 그는 주로 스페인에서 활동하였습니다.
플란데스는 이사벨 여왕 시대에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한 제대 그림 등을 그렸습니다.
오늘날 그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박물관과 미국 뉴욕의 맨하탄 박물관,
미국 워싱턴의 국립 박물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의 화풍은 플랑드르 지역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보다시피
빛과 색채의 정교함을 읽을 수 있으며 섬세한 터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광야의 유혹' 그림의 내용은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에 관한 복음 말씀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요.
마태오 복음서와 루가 복음서에 자세히 전해지고 있는 '광야의 유혹'에 관한 이야기는
그림을 통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런데 이 그림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성서 말씀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마태오 복음 4,1-11이나 루가 복음 4,1-13의 성서 말씀을 참고하세요).
그림을 살펴봐요.
그림을 언뜻 보면 등장인물이 두 명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좌측 산의 벼랑 위에 두 사람의 형체(파란색과 밤색 옷)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우측의 성전 위에도 희미한 두 형체가 보일 것입니다.
중앙에 보이는 그림은 예수님께서 40일을 단식하시고 몹시 시장하셨을 때,
'유혹하는 자'가 나타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유혹자는 왼손으로 돌을 들어 내밀면서 오른손으로는 묵주를 만지고 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유혹자의 복장입니다.
그는 수도자의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왜 유혹자가 수도자 복장을 하고 있을까요?
작가인 플란데스는 유혹자에게 수도자 복장을 입힘으로써
유혹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말하려 한 것이랍니다.
유혹은 다가올 때,
우리가 유혹에 잘 넘어갈 수 있도록 그럴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러나 유혹자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그가 수도복을 입고 있지만 악마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우선 유혹자의 머리에 뿔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뿔'이 그가 악마임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뿔'은 힘 있는 황소의 뿔처럼 힘과 능력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유혹자는
힘과 능력까지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언젠가 어떤 신부님이 물어왔습니다.
"모세를 나타내는 성화나 조각상에 나타나는 뿔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다시 말해서 악마(사탄)를 나타낼 때 뿔로써 표현한다면,
왜 모세의 머리에 뿔이 달려 있는냐 하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지요.
그래서 성서학자에게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모세의 머리에 뿔을 표현한 것은
성서를 잘못 번역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출애굽기 34장 29절의 말씀을 히브리어 성서에서 라틴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빛난'을 '뿔이 난'으로 잘못 번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몇 백 년 동안 이 번역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이것을 읽은 사람들은
모세가 하느님과 대화하는 동안에 머리에 뿔이 났다고 생각하였던 것이지요.
그래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가운데 '모세'라는 작품은
실제로 머리에 뿔이 난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둘째, 유혹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발에 물갈퀴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물갈퀴와 같은 것은 파충류 등에 많은 것으로
그가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외형만을 보면 광야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수도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곧 그가 악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 다가오는 유혹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악마가 발붙일 길이 없어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40일의 단식으로 매우 시장하셨을 때 빵의 유혹을 받으셨는데,
그 유혹에 대해서
"성서에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
고 하지 않았느냐?" 하시며 단호하게 물리치셨습니다.
오른쪽 성전 위에 두 사람의 형체가 보이는데,
이는 바로 예수님과 악마가 함께 서 있는 모습입니다.
악마는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뛰어내려 보시오."
하고 치켜세우면서 무모한 충동을 부추겼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떠보지 말라."는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주변에 우리를 부추기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과소비를 하게 하는 광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떤 고급스럽고 비싼 물건을 내가 가지게 되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충동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왼쪽의 벼랑 끝의 두 형체 역시 예수님과 악마가 함께 서 있는 모습입니다.
악마는 아주 높은 산으로 예수님을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화려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당신이 내 앞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 하시며
악마가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물리치셨지요.
우리가 예수님이 물치치신 것처럼 유혹을 물리치기는 힘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않는다면 시간을 두고 살펴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림에서 악마의 뿔과 물갈퀴의 모습을 알아보았듯이
우리도 유혹을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중심을 두고 모든 사물을 살펴볼 때
악마는 자신의 본 모습을 더는 숨길 수가 없다는 것을
이 그림은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알수록 재미있는 성화 이야기 pp24-31, 김남철 바로톨로메오 엮음, 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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