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우두머리가 어느 날 자기 부하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너희들이 세상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지구로 가야할 기간이 왔다.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을 지옥으로 끌고 오겠느냐?"
한 사탄이 말하기를 "저는 하느님이 안 계시다고 돌아가면서 얘기하고 다니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우두머리 사탄이 말했습니다.
"그 방법은 오래 전부터 써먹은 것이다.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또 한 사탄이 말하기를 "저는 지옥이 없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죄를 많이 지을 것 같습니다."
우두머리 사탄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옥을 믿기는커녕 두려워하지도 않는단다. 그 정도도 안 된다."
"그러면 고통을 주겠습니다. 극심한 고통 앞에서는 꼼짝 못할 것입니다."
또 다른 한 사탄이 이렇게 말하자, 우두머리 사탄이 대답했습니다.
"고통을 주면 그 사람들은 오히려 기쁘게 순교할 것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욕을 당한다고 더 기뻐할 것이다."
"그렇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탄의 부하들이 우두머리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가 곧 입을 열었습니다.
"그냥 가서 이렇게 말해라. '예수를 믿으시오, 하지만 시간은 널널하니 천천히......' 그럼 되느니라."
유머거리로 나도는 이야기겠습니다마는 왠지 웃음 끝이 텁텁해지는 듯 합니다.
조금만 곱씹어 보면 그야말로 유혹의 고수답게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는 간계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으세요, 하지만 시간은 널널하니 천천히."
그러고 보니 이 말투는 어딘가 친숙한 듯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꼭 우리들이 남발하는 후렴구를 닮았습니다.
"그래 나도 꼭 성당 나가리라, 하지만 시간은 널널하니 나중에."
"용서하리라, 하지만 마음의 여유 좀 찾고 나중에."
"나도 선교를 해야 할 텐데, 하지만 지금은 내 신앙도 부끄러우니 나중에."
"나도 한 번 세게 봉헌하리라, 하지만 돈이 좀 모이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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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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