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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나에게 오너라

by 하늘 호수 2012. 1. 21.

 

 

 

 

 

사랑하올 주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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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마음에서 흘러넘치는 그 사랑을 완전히 믿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힘듭니다. 저는 너무 불안하고, 너무 겁이 많고, 너무 의심이 많고, 좀처럼 믿지를 못합니다. 말로는 주님의 온전하고 조건 없는 사랑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친구들이 저한테 정을 주고 지지해 주기를, 저를 받아들여 주고 칭찬해 주기를 끊임없이 바랍니다.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을 늘 그들에게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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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님!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이란 그 얼마나 제한되어 있고 조건부인가를 경험을 통해 잘 알면서도, 왜 저는 인간의 칭찬과 인간의 지지를 받고 싶어 그처럼 안달하는 것일까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사랑과 정을 보여 주었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을 해 주었으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너그럽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저를 대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는 저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은밀한 곳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주님, 그곳은 오직 당신만이 아십니다. 그곳은 저한테조차 숨겨져 있어서 제가 커다란 고뇌와 고통을 겪게 되는 순간에 가서야만 비로소 저 자신도 그곳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제서야 저는 제가 얼마나 퍽도 외로운 사람인가를, 죄에 물든 그 어떤 다른 인간에 의해서도 없애 버릴 수 없는 그런 외로움의 낙인이 찍힌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의 깊디깊은 외로움은 다만 다른 사람 마음속에 꼭 같은 외로움을 일깨워 줄 뿐이며, 사랑과 치유 대신 두려움과 고뇌가 생기게 할 뿐입니다. 저 자신의 고뇌는 다른 사람 마음속에 있는 고뇌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들 자신의 공허감과 고독을 상기시킵니다. 자기들 마음 안에서 동료 인간들을 끌어안을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만듭니다. 한 인간의 외로움은 다른 인간의 외로움을 낫게 해 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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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버지께서는 모든 인간의 고뇌를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큰 인간의 마음을 지니신 주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셨습니다. 주님의 마음은 돌로 된 심장이 아니라 살로 된 심장입니다. 주님의 살 심장은 인간의 죄나 불충실한 삶으로 좁아지지 않았으며, 그 심장은 바로 아버지의 저 거룩한 사랑만큼 깊고 넓습니다. 주님의 마음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친구와 적을, 여자와 남자를, 노예와 자유인을 , 죄인과 성인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마음은 아무 제한도 없는 절대적인 사랑으로 그 누구나 다 받아들이기 위해서 활짝 열려 있습니다. 거기에는 주님께 오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자리가 있습니다. 주님은 모든 사람을 당신께로 끌어당기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의 희망이 이루어지고, 모든 인간의 갈망이 잠들게 되며, 모든 인간의 요구가 충족되는 안식처를, 집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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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손을 뻗치신 분은 주님입니다. 주님은 그것을 매우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뽑았다." 고 말입니다. 주님께서 뽑으신 것은 주님께서 행하신 위대한 신뢰의 행위입니다. 주님은 실의에 빠지고, 죄 많고, 다치기 쉬운 우리 마음속에 당신 마음을 향해 손을 뻗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는 잠재력이 들어 있다고 믿으셨던 것입니다.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우리는 주님이 하느님의 거룩한 분임을 믿고 있으며 알고 있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오직 우리의 단순하고 신뢰에 찬 "네" 라는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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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마음은 저를 사랑하고 싶은 소망으로 온통 가득 차 있고, 저를 따스하게 해 줄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주님은 저에게 안식처를 주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살 수 있는 곳을, 제가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는 은신처를, 제가 안전하게 느끼는 피난처를 주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주님은 제 삶의 모퉁이 여기저기에 수없이 서 계시면서 더없이 다정다감하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보러 오너라, 와서 나와 함께 지내자. 목마를 때 나에게 오너라.... 나를 신뢰하는 이여, 와서 마셔라. 고달프고, 지치고, 울적하고, 용기를 잃고, 기가 꺾인 이여, 나에게 오너라. 와서 내가 너에게 새 마음과 새 정신을 주려고 왔다는 것을 알아라. 그렇다. 너에게 새 몸까지 주어서, 이제는 네가 네 삶의 그 몸부림들을 아름다움과 희망의 표지로 볼 수 있게 해 주려고 왔다는 것을 알아라. 나에게 와서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살 곳이 많다. 나는 이제 네가 머물 곳을 마련하러 간다. 내가 가서 네가 있을 곳을 마련한 후 다시 돌아와서 너를 직접 데리고 가서, 내가 있는 곳에 너도 있게 하겠다."

예수님, 저는 당신의 말씀을 듣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온 존재로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말씀이 제 안에서 살이 되고 당신이 거처하실 곳을 이룰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제 마음의 수많은 문과 창문들을 닫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저는 그 문들을 통해 당신에게서 도망가거나, 아니면 그 문들을 통해 당신에게서 들려오는 말씀과 소리가 아니라 저를 당신한테서 멀리 떼어 놓고 싶어 하는 저 광란하면서 외쳐 대는 세상에서 들려오는 말과 소리들이 들어오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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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저를 정말로 모르십니다. 저의 어두운 느낌들을, 저의 자존심, 저의 욕정, 저의 탐욕을 모르십니다. 제가 바른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제 마음은 주님한테서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주님께 속한 만큼 선한 사람이 못 됩니다. 주님은 마음속에 누군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계신 게 틀림없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은 저를 바라보시면서 더할 수 없이 다정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네가 나와 함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나의 아버지에게 속해 있는 것처럼 너도 나에게 속해 있기를 바란다. 나는 너를 완전히 깨끗하게 씻어 주고 싶다. 그래서 너와 내가 하나가 될 수 있고, 내가 너한테 해 준 것을 너도 다른 사람에게 해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저는 저의 모든 두려움과 불신과 의심과 고민을 다 던져 버리고 그냥 주님께서 저를 깨끗이 씻어 주시게 맡겨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당신의 친구가 되게 하시어, 아무 한계도 없는 그런 사랑으로 사랑해 주시게 저를 맡겨야 했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다시 쳐다봅니다. 주님은 일어나셔서 저를 식탁으로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먹고 있을 때, 주님은 빵을 드시고 축복의 말씀을 하시면서 그 빵을 쪼개어 저에게 주며 말씀하셨습니다.

"받아 먹어라, 이것은 너를 위해 내어 주는 내 몸이다."

그러시고는 잔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후 저에게 건네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내 피다. 너를 위해 흘릴 새로운 계약의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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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님! 제가 그리도 갈망하는 그 사랑을 찾기 위해 주님을 두고 그 어디 다른 데로 갈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저처럼 죄에 물든 인간들한테서 제 존재의 가장 은밀한 구석구석에서 저를 건드릴 수 있는 그런 사랑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 누가 주님께서 저를 씻어 주시듯이 깨끗이 씻어 주고, 그 누가 주님께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시듯이 줄 수 있겠습니까? 그 누가 주님께서 원하시듯이 저와 그처럼 가깝게, 그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며, 또 저를 그처럼 안전하게 해 주고 싶어 하겠습니까? 오, 주님! 주님의 사랑은 만질 수 없는 사랑, 말과 생각으로 남아 있는 그런 사랑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 주님의 사랑은 주님의 인간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전 존재로 그 사랑을 표현하는 진심에서 우러난 사랑입니다. 주님은 저에게 말씀하시고... 저를 바라보시고... 저를 만지시고... 저에게 먹을 것을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은 주님의 사랑을 제 몸의 모든 감각으로 느끼게 하는 그런 사랑이 되게 하십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품듯 저를 품어 주고, 아버지가 아들을 끌어난듯 저를 안아 주며, 오빠가 동생을 쓰다듬듯 저를 쓰다듬어 주는 그런 사랑이 되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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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그러나 제가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많은 순간에 저를 꾸준히 도와 주십시오. 불신과 의심이 언제나 고개를 내밀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주님을 떠나 주님에게서 눈과 귀를 돌리거나 다른 데로 손을 내밀게 됩니다. 주님, 제발 제가 주님께 돌아오도록 저를 꾸준히 불러 주십시오. 낮이나 밤이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공하는 순간이나 실패하는 순간이나 저를 불러 주십시오. 제가 결코 주님을 떠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저는 주님께서 저와 함께 걷고 계신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주님과 함께 걷게 도와주십시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나.

 

 

- 헨리 나웬 지음, 성바오로출판, 예수성심묵상 <나의 마음이 님의 마음에다>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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