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올 주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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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방금 "다 끝났다."는 마지막 말씀을 하시고 주님의 영혼을 맡기셨습니다.
주님은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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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저를 위해 주님의 몸을 온전히 주셨습니다. 주님은 저를 위해 주님의 피를 모두 흘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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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십자가 위에 있는 주님의 죽은 몸을 바라봅니다. 군인들은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두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으나 주님의 다리는 부러뜨리지 았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하나가 창으로 주님의 옆구리를 찔렀고, 거기서 곧바로 피와 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주님의 가슴은 터져 버렸습니다. 미움, 보복, 원한, 질투, 시샘이라고는 모르고 오로지 사랑밖에는 몰랐던 그 가슴이 터져 버렸습니다. 주님은 바로 그런 사랑으로 하늘에 계신 주님의 아버지를 끌어안으실 뿐 아니라, 모든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온 인류를 끌어안으십니다. 그처럼 깊고 그처럼 넓은 사랑밖에 모르던 주님의 그 찢어진 가슴은 제 구원의 근원이며, 희망의 원천이며, 사랑의 이유입니다. 그곳은 존재했던 모든 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존재하게 될 모든 것이 일치 안에 모여 있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거기서 지금까지의 그 모든 고통이 고통스러워했고, 그 모든 비통함이 비통해했고, 그 모든 외로움이 외로움을 견뎠고, 그 모든 버림받음이 버림받음을 느꼈고, 그 모든 번민이 괴로워 소리를 질렀습니다. 거기서 인간적 사랑과 신적 사랑이 입을 맞추었고, 거기서 역사 속의 모든 남녀가 하느님과 화해했습니다. 거기서 인류의 모든 눈물이 눈물을 흘렸고, 모든 고통이 이해받았고, 모든 절망이 위로받았습니다.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저는 그들이 찌른 주님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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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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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저와 모든 사람에게 얼마나 간절히 그 사랑을 주고 싶어 하는지요. 당신의 소망은 오직 우리가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래서 그 사랑이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당신의 형제자매로 바꾸어 줄 수 있게 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얼마나 간절히 사랑받고 싶어 하는지요. 그렇습니다. 예수님, 당신은 쉽게 상처받는 분이 되셨습니다. 당신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셨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구원하러 오신 저들한테서 사랑받고 싶어 하셨습니다. 당신의 가슴은 사랑을 주려고, 그리고 사랑을 받으려고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여기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십니다. 당신의 가슴은 찢어져 버렸습니다. 당신이 주려고 오신 그 사랑을 저들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받으려고 오신 그 사랑을 저들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가슴은, 신적 사랑으로 넘쳐흐르는 당신의 그 인간적 가슴은 터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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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는 주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주님의 가슴이 터져 버린 그곳을, 창에 찔린 옆구리를 봅니다. 주님을 바라보면서, 저의 눈은 주님께서 그들을 위해 주님 자신을 바치신 그 모든사람의 고통과 번민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주님의 그 터져 버린 가슴은 온 인류의 가슴이, 온 세상의 가슴이 됩니다. 그 말할 수 없는 번민을! 그 말할 수 없는 고뇌를! 주님은 저들 모두를 품고 계십니다. 저 버림받은 아이들을, 거절당한 아내들과 남편들을, 깨어진 가정들을, 집 없는 사람들을, 피난민들을, 죄수들을, 장애인들과 고문받는 사람들을,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잊힌 채 홀롤 죽어 가는 수천 명, 그렇습니다. 수백만명을, 그들 모두를 주님은 가슴에 품고 계십니다. 저는 그들의 수척해진 몸을, 절망적인 얼굴을, 고뇌에 찬 표정을 봅니다. 저는 거기서 주님의 몸이 창에 찔리고 주님의 심장이 찢어 헤쳐진 거기서, 그들 모두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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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물이 당신의 찔린 옆구리에서 흘러나왔습니다. 피와 물이 당신의 찢어진 심장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주 예수님, 제가 이 신비를 알아들을수 있게 도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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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님의 찔린 옆구리를 바라다보면서 주님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봅니다. 주님의 가슴은 보복이라는 것을 몰랐고 오직 용서만 알았습니다. 질투라는 걸 몰랐고 격려만 알았습니다. 원한이라는 걸 몰랐고 고마워하는 마음만 알았습니다. 미움이라는 걸 몰랐고 평화만 알았습니다. 주님의 마음은 악이 자리할 곳이 없고 오직 사랑만이 가득한 마음입니다. 주님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죄 없는 어린양의 피로서, 그 피로 세상의 죄를 없애 줍니다. 염소와 황소의 피가 이룰 수 없었던 것을 주님의 피가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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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님의 찔린 옆구리를 바라봅니다. 거기서 피뿐 아니라 물도 흘러내리는 것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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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의 찢어진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그 물은 저를 새 사람이 되게, 당신 아버지의 자녀가 되게, 그리고 당신의 형제가 되게 해 줍니다.
그 물은 제 머리와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머리 위에 부어졌던 세례의 물로서, 저와 그들이 당신 성령으로 이루어진 새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었습니다.
예수님, 우리가 찢어 버린, 그리고 우리를 위해 찢어진 당신 가슴의 그 신비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 찢어진 가슴은 이제 용서와 새 삶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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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저들이 찌른 당신을 바라보면서, 당신을 흠숭합니다. 당신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피가 제가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저에게 새 마음을 주게 해 주십시오.
이 세상에서는 물과 피가 분리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이 세상에는 평화와 번민이, 기쁨과 눈물이, 사랑과 고뇌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언제나- 함께-거기 있으면서 당신의 마음을 제 마음에게 주시는 당신께 날마다 더 가까이 가게 이끌어 줄 것입니다.
오, 주 예수님!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을 찬미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저의 마음이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 헨리 나웬 지음, 성바오로출판, 예수성심묵상 <나의 마음이 님의 마음에다>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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