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미널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습니다.
때는 2009년 1월 첫 주, 나와 남편은 시어머니를 배웅하며 인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던 한 여인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마음속에서 이런 음성이 들여오는 듯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기도해 주겠다고 말하렴.
새해 결심을 잊지마.
모른 사람을 위해 매일 기도해 주겠다고 했잖니.'
나는 애써 못 들은 척하려 했습니다.
:
내성적인 탓에 혼자 있을 때 기도하는 타입이었고,
게다가 내겐 훨씬 큰 걱정거리가 있어 낯선 아무개를 신경 써 줄 여력이 없었습니다.
우리 두 아들은 신년 연휴가 끝나자마자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한 아들은 이라크로, 다른 아들은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되어, 1년이나 나가 있게 된 것입니다.
:
'혹 지난 크리스마스가 우리가 함께 보낸 마지막 성탄절이 되면 어떡하지?'
: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나야말로 기도가 절실한 사람인데, 어떻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겠는가?'
:
'날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리버라고 해요. 저기,
:
매일 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겠다고 새해 결심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처음 뵙는 분을 만났으니 당신을 생각하며 특별히 기도해 드릴려구요."
"어머나 세상에! 내 이름은 애니라고 해요.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내가 오늘 아침 하느님께 뭐라 기도드렸는지 아세요?
:
하느님께, '이 넓디넓은 세상에 저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 하나 없을까요?'라고 물었어요."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 저 같네요."
나는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할 사람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판 모르는 남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날부터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애썼습니다.
:
(리버 조단 글, 월간 <가이드 포스트>< 2012.2월호 참조)
- 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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