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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이 나이에...

by 하늘 호수 2012. 3. 14.

 

 

 

 

몸도 마음도 바쁜 한 주다.

지난 월요일부터 학생신분이 되었다.

실로 오랫만에 걸어보는 캠퍼스...

꽃샘추위로 날은 차가워도, 젊음이 넘실대는 캠퍼스의 열기는 뜨겁다.

비록 평생교육원이지만

그 속의 한 귀퉁이를 걸을 수 있음이 행복하다.

 

작년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작년 말 공부 한 번 해 보라던 남편의 권유에서 시작되었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공부? 라며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던 대학시절, 시험 때마다 스트레스 엄청 받았었다.

대학생활 중 고생의 백미는 교생실습이었다.

직장에서 호의를 베풀어 준 덕분에, 3시까지 근무하고 야간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낮에 근무하고, 밤에 교생선생님하고,

집에 와서는 밤새 교재연구하고, 차트 그려서 연구수업 준비하고,

다음날은 연구수업하고,

휴일에는 학생들과 놀아주는 일까지...

잠자는 시간은 매일 2-3시간 정도...

한 달을 그렇게 강행군 했더니 몸무게가 3kg 줄었다.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정식공부는 하고 싶지 않았었다.

더군다나 이 만큼 나이를 먹으니 여기저기 모임도 많이 걸쳐있고, 성당에 봉사하고 있는 것도 있으니

규칙적으로 학교를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남편이 여러번 이야기 했다.

"그런데 무슨 공부를 하라고요?"

"사회복지는 어때?":

"사회복지?"

생각해 보니 나이들수록 봉사도 하며 살아야할텐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면 봉사하기 더 좋을수도 있겠다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취업이 되면 더욱 좋겠고...

새로운 목표가 세워지니 2012년 새해가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그런 기분 처음이었다.

 

학생으로 한주가 흘러가고 있다.

과목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과제, 발표...

너무 오랫만에 하는 과정이라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하지만

설레이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하나 하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기쁨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집에 오면 너무 지친다.

또 얼마의 시간이 가면 적응이 되겠지.

 

어제는 캠퍼스를 느끼고 싶어 이곳 저곳을 두루 돌아다녀 보았다.

중년의 아줌마가 어린 학생들 틈을 두리번 거리며 다니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들은 나를 눈여겨 보지도 않았겠지만, 혹 눈여겨 본 사람이 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담에는 학생의 표정, 젊음의 표정, 다이나믹한 표정을 보며 한바퀴 돌아보려고 한다.

 

첫날 수업 끝나고 학교을 나오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어떠냐고 묻는다.

"재미있어요."

"재미있다니 다행이네."

"난 공부하는게 내 적성 딱 인거 같은데, 살림 안 하고 공부만 하면 안 될까?"

"그럼 돈까지 벌어와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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