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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하느님의 섭리

by 하늘 호수 2013. 11. 24.

 

 

 

 

 

 

한 신부가 창가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섭리에 관한 강론 준비를 하고 있다가 뭔가 폭발하는 것 같은 소음을 들었다. 곧 그는 사람들이 당황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고, 댐이 터지고 강물이 범람해서 사람들이 집을 비우고 떠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래쪽 거리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신부는 자신도 당황하기 시작하는 느낌을 억누르기가 좀 힘들었지만, 그러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여기 나는 섭리에 대한 강론을 준비하고 있고, 내가 강론하는 것을 실천할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아나지 않겠다. 여기 이대로 머물며 나를 구해 주실 하느님의 섭리를 믿으련다."

 

물이 창문까지 차올랐을 때 보트에 가득 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외쳤다.

"뛰어내려 타세요, 신부님!"

"아, 아닙니다, 여러분" 하고 신부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나를 구해 주실 하느님의 섭리를 믿습니다."

 

신부는 그러나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갔는데, 물이 그 위에까지 차올랐을 때 또 다른 보트에 가득 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신부더러 그 배에 타라고 재촉했다. 그는 다시 사양했다.

 

이번에는 종각 꼭대기로 기어 올라갔다.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을 때 , 모터보트를 탄 한 관리가 그를 구하러 왔다.

"아니오,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고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분께서는 결코 제가 빠져 죽게는 안 하실 것입니다."

 

신부가 빠져 죽어 하늘에 갔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하느님께 불평하는 것이었다.

"저는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왜 저를 구하기 위해 아무 일도 안하셨습니까?"

"너도 알지 않느냐" 하고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세 번이나 보트를 보냈다."

 

 

- 앤소니 드 멜로 지음, 분도출판사 <개구리의 기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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