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호수 이야기/- 나의 묵상

요안나씨에게...

by 하늘 호수 2014. 6. 24.

 

 

 

요안나씨!

당신의 발병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병이 너무 진행된 상태였고,

수술을 시작했지만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암세포가 복부 전체에 퍼져 다시 덮었다고 했습니다.

또 수술 부위가 아물지 않아 오랫동안 치료를 받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형병원에서는 오래 입원할 수 없다고 해서 요양원으로 옮겼지요.

 

요양원에 문병 다녀온 친구는 아직도 의식이 없다고 카톡으로 전했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우리 부부가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요안나씨는 의식을 회복하고, 언제 그랬냐싶게 우리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요양원에 갈 때는 병자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올 계획을 세웠는데, 여러사람이 있으니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요안나씨는 나를 보고 건강 잘 챙기라고 했고

우리가 병실을 나오려고 일어설 때 요안나씨는 나를 바라보았지요.

전보다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하며 나를 바라보던 그 눈길을 난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난 한참동안 당신을 안아주었습니다.

내가 안아주자 당신은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나도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그동안 나만 잘 지내왔던 것 같아서...

 

돌이켜보니 당신은 행복하게 지낸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때때로 잔잔한 행복은 있었겠지만, 당신이 처했던 여러가지 상황을 보건데 평생을 행복하지 않게 지냈을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제대로 사랑도 받지 못하고...

친구들이라고 도와주지도 못하고,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주지도 못하고...

정말 미안했습니다.

 

병문안을 다녀와서 기도를 못하고 온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와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금요일이 요양원에 갔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요안나씨는 또 혼수상태였습니다.

혼수상태 중에도 눈을 뜨고 눈을 움직이는 모양이 꼭 우리를 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병자를 위한 기도를 하고 묵주기도도 바쳤습니다.

그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요안나씨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럴수가...  어떻게 벌써....

아직은 너무 젊은데...

 

이틀 연속 문상을 하고, 장례절차를 마칠 때까지 함께 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이 메어 연도를 바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요안나씨에게 마음 속으로 약속했습니다.

멀지않은 시기에 전대사의 은총을 요안나 당신께 양도하겠다고...

 

오늘 절두산 성지에 갔습니다.

마침 교황님 방문과 관련하여 6월부터 10월까지 전대사 기간이라는 프랭카드가 걸려있었습니다.

전대사의 조건은 고백성사와 미사(영성체), 묵주기도 5단/주모경 1회, 시복시성 기도문,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방문과 시복식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다행히도 미사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고백성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조건들을 다 채웠습니다.

 

요안나씨~~

당신께 전대사의 은총을 양도합니다.

천국에서 , 주님과 성모님의 품안에 안겨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주님,

당신의 무한하신 자비로

세상에서 잘못했던 요안나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