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98시간의 방한기간을 끝내시고
교황님께서 로마에 무사히 도착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79세 어르신께서 빈틈없는 일정을 다 소화해 내시고
우리에게 평화와 사랑과 행복을 주시고 가셨다.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는 치유를 주셨고
억울한 이들에게는 위로를 주셨다.
한 번만이라도 따듯한 눈길과 말을 건넸더라면 좋았을 사람들에게
다가가시고 안아주시며 위로해 주셨다.
또 어린아이를 한 번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쓰다듬어 주시며 강복해 주셨다.
청년들에게 "일어나 나아갈 준비가 되었나" 하시던 그 표정
꽃동네의 장애인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손을 올려 하트를 그리시던 그 표정
가슴에 손을 올리시며 마음 아픈 이들을 위로하시던 그 표정
큰 화판에 아주 작게 쓰셨던 당신의 서명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서 그려질 것이다.
마지막 미사에서는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셨다.
지금 이 땅에는 화해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해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꼭 실천해야만 할 덕목들이 아닌가.
교황님 가시고 나니 마음이 허전하다.
아마도 한참 그럴 것 같다.
우리는 교황님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부터는 그분께서 가리키시던 그 곳을 바라보아야겠고
그분 가심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할 것만이 아니라 나부터 실천하면서 사는 거다.
주님의 십자가를 믿으며...
124위 시복미사에서 날씨의 신비로움을 체험했다.
교황님의 방한이 결정되었을 때는 8월의 한더위가 염려되었고
즈음해서는 폭우 예보로 또 염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날씨가 행사를 오히려 도와주는 현상이 일어났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식 미사가 시작되기 전 교황님의 카퍼레이드가 있을 때만 해도 해가 쨍쨍하고 무더운 날씨였다.
카퍼레이드가 끝나고 교황님께서 제의를 갈아입고 입장하시기 바로 전
우리는 미사 전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하늘에 두터운 구름이 끼더니 어디선가 냉장고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미사 내내 햇빛이 약간 비춰 더울라 하면 금세 냉장고 바람이 휘익 불어와 땀나지 않게 해 주었다.
8월 15일 한여름에 냉장고 바람이 웬 말인지...
한 번도 상상해 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현상을 몸소 체험하였다.
내 머릿속에는 그 현상을 표현할 말을 계속 찾는데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무더위에 땀을 줄줄 흘리다가 얼음골 찬바람이 나오는 바위틈에 다가선 것 같았다면 표현이 되려나.
교황님, 건강하세요.
그래야 오래 오래 저희 곁에 계실 수 있잖아요.
당신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교황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의 기도(평화의 기도) - Allen P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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