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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호수 이야기/- 나의 묵상

<침묵>을 읽고

by 하늘 호수 2017. 2. 13.

 

<침묵>, 엔도 슈사쿠 지음, 바오로딸

 

 

내친김에 한권의 책을 더 읽었다.

전에 읽었던 책 '침묵'을 한번 더 읽어 보기로 했다.

 

 

1587년 이래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가사키의 니시사카에서 26명의 성직자와 신자들이 화형에 처해지고,

각지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고문을 받고,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도쿠가와 장군도 이 정책을 답습하여 1614년 모든 가톨릭 성직자를 해외로 추방하기로 했다.

 

1638년 로드리고 신부는 기치지로라는 일본인의 도움으로 가르페 신부와 함께 어렵사리 일본에 잠입한다.

일본에 숨은 신자들을 돌보고자 했지만,

나가사키에서 '구덩이 속에 달아매는' 고문을 받고 배교했다는 페라이라 신부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이유에서다.

페라이라 신부는 로드리고 신부의 스승 신부였다.

 

로드리고와 가르페 신부는 숨은 신자들을 찾아 성사를 집전하며 신부로서의 의무를 다하였으나

기치지로의 밀고로 붙잡히게 된다.

 

가르페 신부가 붙잡힌 신자들과 함께 먼저 순교를 하고

로드리고 신부는 감옥에 갇혀 회유를 당한다.

로드리고 신부는 신자들이 모진 고통을 당할 때, 하느님은 왜 침묵하고 계신지,

하느님은 정말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도 하게 된다.

배교했다는 페라이라 신부도 만나게 된다.

 

관리들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예수님이나 성모상을 밟으며 배교하라고 고문을 한다.

로드리고 신부에게는 배교를 하면 눈앞에서 죽어가는 신자들을 살려준다고 한다.

신부에게 성화판를 밟고 지나가라는 것이다.

 

순교와 배교 사이에서 많은 번민을 했지만

페라이라 신부의 설득에 의하여

죽어가는 신자들을 살리고자

로드리고 신부는 성화판을 밟는다.

 

***

 

"아, 아프다."

신부는 발을 올렸다.

발에 둔중한 아픔을 느꼈다.

자기는 지금 자기 생애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온 것, 가장 성스럽다고 여겨온 것,

인간의 가장 높은 이상과 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밟는 것이었다.

이 발의 아픔.

이때 밟아도 좋다고 목판 속의 그분은 신부를 향해 말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너희들의 아픔을 나누어 갖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졌다. 

 

:

 

'밟아도 괜찮다.'하고 슬픈 듯한 눈초리로 내게 말했다.

'밟아도 괜찮다. 너의 발은 지금 아플테지.

오늘날까지 나의 얼굴을 밟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발의 아픔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나는 너희들의 그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 갖겠다.

그 때문에 나는 존재하니까.'

 

'주님,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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