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늘호수 이야기/- 일상에서

당신은 보이지 않나요

by 하늘 호수 2007. 12. 25.
  • 당신은 보이지 않나요
  • 옆에 있는 사람에 깃든 천사의 얼굴이…

  • 조광호 신부·정호승 시인,
    크리스마스 맞아 시화집 ‘천사의 시’ 펴내

  •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입력 : 2007.12.23 23:46 / 수정 : 2007.12.24 02:33
    • “현대인은 타인에게서 부정적인 요소를 많이 봅니다. 사르트르도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어요.”(조광호 신부)

      “가까운 벗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지요. 가까울수록 더 사랑해야 하는데 오히려 남보다 미워하고 그로 인해 자신도 괴로움에 빠집니다.”(정호승 시인)

      조광호 신부(60·인천가톨릭대학교 종교미술학부 교수)는 얼굴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정호승(57) 시인은 인간의 상처 받은 내면을 치유의 언어로 보듬어 왔다. 두 사람이 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지난 1년간 추진해온 특별한 공동작업의 결실을 선보였다. 조 신부가 120여 점의 천사 얼굴 그림을 그리고, 정 시인이 글을 붙여 완성한 시화집 ‘천사의 시’(대교베텔스만)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타인에게 깃든 천사를 발견하자”는 두 사람의 제안이 담겨 있다.

    • 시화집을 함께 낸 조광호 신부(왼쪽)와 정호승 시인이 만나 크리스마스와 천사가 갖는 현대적 의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 조 신부는 그림을 통해 종교적 성찰을 철학적 사유로 발전시키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신앙 안에 머물고 있지만 그가 그린 얼굴 그림에는 인간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이 엿보인다.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조 신부의 천사들은 보는 이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같은 그림들이다. “현대는 몸의 시대입니다. 영적인 것을 알지 못하는 시대이지요.” 조 신부는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들을 그림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는 천사’(76쪽)에 그런 뜻을 담았고, 정 시인은 조 신부의 마음을 읽고 글을 썼다. ‘그대 꽃이 피어나는 순간의 꽃을 보라/ 그대 눈에 보이지 않는 꽃의 마음을 보라/ 그대 귀에 들리지 않는 꽃의 숨소리를 들으라/(…)’

    • 왼쪽부터 ‘여성의 가슴에서 태어난 천사’와 ‘5월의 하늘 같은 천사’
    • 화가와 시인의 묘한 엇박자를 즐기는 것도 재미있다. 조 신부가 그린 ‘보통천사’(120쪽)는 인간에게 천사의 미덕이 존재한다는 강한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반면 ‘나를 만나러 오려거든 남대문 시장 바닥으로 오라/ 나는 엄숙한 사제의 넓은 제의 속에 있지 아니하고/(중략)/ 한 가난한 사내의 가방 속에 있나니/(후략)’라는 정 시인의 글에는 시 ‘서울의 예수’를 통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응시하던 시인의 젊은 시절 작품 세계가 복원되어 있기도 하다.

      조 신부와 정 시인의 작업을 맺어준 이는 2001년 타계한 정채봉 작가다. 정채봉 정호승 두 사람은 천주교 신자로 성당에 함께 다닐 정도로 절친했던 사이다. 조 신부도 고인의 마지막 고백성사와 장례미사를 집전한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조 신부는 “고인이 생전에 내게 공동작업을 제안했었는데 내가 ‘작품세계가 다른 것 같다’며 거절한 적이 있다”고 회고하고,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보니 고인이 우리 둘에게 함께 일을 할 수 있도록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 시화집 '천사의 시'를 낸 조광호 신부와 정호승 시인. /김태훈 기자
  • 반응형

    '하늘호수 이야기 > - 일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하해 주세요.  (0) 2008.01.21
    소풍 간 예수님과 유다  (0) 2008.01.01
    성탄을 축하합니다.  (0) 2007.12.24
    우아한 만찬을 위한 클래식  (0) 2007.12.20
    보았습니다. 그이의 눈물을...  (0) 200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