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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글/- 묵상 글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서

by 하늘 호수 2009. 9. 5.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엘 갔다.
      오랜만에 날씨가 따뜻한 휴일이라 그런지 동물원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한참 신나게 놀다가 이제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자고 벤치에 아이들을 앉혔는데
      여섯살 하진이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도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디로 사라졌을까?

      "도룡동에서 온 전하진 어린이를 보호하고 계신 분께서는
      방송실로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나오고 있었지만 노랫소리와 떠드는 소리 안으로
      그 안내 방송은 힘없이 파묻히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위급한 일이 닥쳐도 잘 당황하지 않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일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혼자 울고 있을 아이 생각 때문이었다.
      목이 마르고, 숨도 차고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려내렸지만
      뛰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높은 오르막을 올라갈때는 그만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저않은 김에 하느님을 찾았다.
      "하느님! 지금 어디에선가 울고 있을 아이 생각에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제발 빨리 좀 찾게 도와주십시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길 잃은 양 한마리를 찾아 헤매는 목자의 모습이었다.
      그 목자는 내가 레지오 활동을 할 때처럼 여유 있는 모습, 품위있는 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나처럼 눈은 충혈되고, 숨이 가쁘고, 목이 타들어가는 그런 모습이었다.
      참으로 오랫동안 길 잃은 양을 찾아 헤매시는 목자 하느님의 모습이었다.
      하느님의 그 마음을 이제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멍해진 마음으로 먼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하느님은 이 시간을 통해 내가 그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기를 원하셨나 보다.
      바로 그때, 저 멀리서 혼자 허둥거리며 다니는 한 아이가 보였다.
      큰 소리로 "하진아!" 하고 부른 소리에 그제서야 뒤돌아보고

      "아빠!"하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하략>


      -생활성서 9월호 <우당탕 하상이네 신앙일기>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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