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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5) 완전한 사람이 있을까요?

by 하늘 호수 2009. 9. 30.

"[아! 어쩌나?] (5) 완전한 사람이 있을까요?"



Q1. 완전한 사람
 
남편이 그동안 예비신자 교리반을 잘 다녀서 이제 일주일 뒤면 세례를 받는데 갑자기 세례를 안 받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아직 신앙생활을 잘할 준비가 안 돼있다는 것입니다. 좀더 준비를 해서 완벽한 신앙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남편은 일상생활에서도 뭐 하나라도 흐트러짐 없이 살고 싶어해서 주위 사람들이 '바른 생활 맨'이라고 칭찬들을 하지만, 막상 같이 사는 저는 피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제가 잘못된 것일까요, 아니면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A. 대개 남편과 같은 분들은 낯가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내가 완전한 사람이 돼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일 것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내가 완전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 아무도 나를 받아 주지도 인정해 주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완전해질 날이 언제 올까요. 완전한 믿음, 완전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날은 언제일까요. 몇 년 노력하면 될까요? 답은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인간은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내 의식은 완전을 추구해도 내 마음 안의 내재아(내 마음 안의 어린아이)는 미숙하고 충동적이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완전해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성장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은 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완전해지려는 생각을 포기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며 사는 것일까요. 그것은 어린 시절 그렇게 양육됐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네가 조금만 더 잘한다면, 네가 조금만 더 착한 일을 한다면" 하면서 끊임없이 아이에게 더 잘할 것을 주문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부모는 자신들이 아이를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를 위해서 온 힘을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역시 부모가 자신들을 칭찬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게 관심을 두시는 부모 마음을 흡족하게 해 드리지 못했다고 자책을 하면서 삽니다.
 이런 아이들은 내가 완전치가 않아서 그런 것이라며 자기 비난을 하면서 부모에게서 한마디 칭찬이라도 들어보려고 무진장 애를 쓰다가 완전강박증에 걸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완전해지기 위해 하루하루 사력을 다해 사는 사람들은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노새와 같은 삶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삶은 여유가 없는 허덕이는 삶입니다. 이런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매일 거울을 보면서 잘했다고 칭찬하는 훈련을 해야 완전강박증이 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하느님 그리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Q2. 기도가 안 됩니다
 저는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는 잘하는데 성모님께 기도하려고 하면 마음이 열리지 않습니다. 남편은 반대로 성모님께 기도를 잘하는데 예수님께는 기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가 믿음이 약해서 그런 것일까요? 어떤 분들은 마귀의 유혹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저희 부부가 마귀에 들려서 그런 것일까요?

A. 우선 마귀가 들렸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마귀가 들렸다면 아예 기도를 하지 않지 두 분처럼 기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두 분 문제는 아마 어린 시절 부모님과 관계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여러 상담 사례에 의하면 어린 시절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무서운 분이었거나 혹은 잔정이 없어서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 않았던 분들은 아버지와 하느님이 동일시돼 어른이 돼서도 기도하기가 어렵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머니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분들은 성모님과 어머니를 동일시해 성모님을 멀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해소의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그때의 부모님 상(像)과 솔직한 대화를 나눠 마음 안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것이 해법입니다. 그렇게 마음 안의 무거운 것들을 하나씩 밖으로 내놓으면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 성모님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기도가 가능해집니다.
 기도하려고 해도 잘 안 될 때는 자책하지 말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가는 것이 신앙생활에서 참 중요합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doban87@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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