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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3) 가짜 친절

by 하늘 호수 2009. 9. 30.

"[아! 어쩌나?] (3) 가짜 친절"


Q1. 가짜친절
 직장 부하직원이 제게 잘해주는데 왠지 마음이 편치가 않고 저 사람이 정말 나를 좋아해서 저러는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적당히 잘하면 저도 편할 텐데 간이라도 빼줄 듯 잘해서 부담스럽습니다. 부하직원의 과잉친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가 마음 그릇이 좁아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걸까요.

A. 사실 이런 때에는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상대방이 잘해주려고 하는데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서 못된 상사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내게 베푸는 친절이 다 좋고 진실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에 '반동형성'이란 것이 있습니다.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자기감정이나 생각과는 정반대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내심으로는 욕을 해주고 싶은데 그러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자기 감정을 숨기려고 정반대의 말이나 행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칭찬을 한다거나 지나치게 친절을 베풀려고 한다거나 하는 등의 언행을 하는 것입니다.
 옛날 얘기에 나오는 소위 간신배는 이 반동형성이란 방어기제를 사용해서 자기 군주를 속인 사람입니다. 그럼 이런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멀리하지도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언젠가 자기 자리가 지금보다 좋아졌을 때 자기 본심을 드러내 자기가 모시던 사람을 모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하직원이 정말로 잘 모시고 싶어서 하는 행위를 지나치게 의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형제님의 심리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으니 개인상담을 받는 게 좋을듯합니다.
 
Q2. 바른말
 저는 어려서부터 바르게 살자는 인생관을 갖고 반듯한 삶을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혼자만 바르게 살아서는 사회가 변화되지 않을 것 같아 주변 사람들에게 늘 저 나름대로 충고를 하고 사는데 왠지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왜 사람들은 바르게 살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요?
 
A. 형제님께서 바른 삶을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해주지 않으면 당연히 섭섭한 마음이 들겠지요. 그러나 그런 조언을 하실 때에는 몇 가지 기억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다른 사람들에게 바른 소리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자신이 먼저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늘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왠지 바르지 못한 자리에는 갈 수가 없고 반듯하지 못한 사람들과 어울림을 피하다 보면 자기 인생 입지가 서서히 좁아져가는 결과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형제님이 하는 말씀이 형제님만의 생각일 때 즉, 다른 사람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때에는 자칫 속된 말로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형제님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옳은 생각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과 의견 교환을 해야 할 일이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듯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바른말은 언제 해야 하는 것인가. 상대방이 요청했을 때 하는 게 가장 좋으며, 그것도 직설적 표현이 아닌 공감적 대화 수준에서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상대방이 조언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아이 가르치듯이 잔소리하듯 말하는 것은 상대방 자존심을 건드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우려에도 자기식대로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 것은 왜 그럴까요. 자기도취현상 즉, 자기애가 지나쳐서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세상에 나보다 잘난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하는 도가 넘게 잘난 척 하고픈 욕구가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는 상대방이 상처를 입건 말건 자기과시적인 충고를 하게 합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바른말은 말은 바를지 몰라도 상대방을 무시해서 자신의 과시욕구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기에 그 말에 신실성이 결여돼 결국 인간관계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바른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분들은 꼭 그룹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하는 솔직한 평가를 들어봐야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좋지 않은 버릇을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뒤에서 욕을 먹으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doban87@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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