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묵상 글/- 묵상 글

이 사순절에

by 하늘 호수 2012. 2. 23.

 

 

 

 

이 사순절에

-강정봉 안드레아

 

 

텅 빈 성당

당신 십자고상 앞에서

갈릴래아의 바람과 먼지와 고달품에

터지고 갈라진 당신의 발을 보며

그 발을 향해 내리치던

내 이기심의 망치를 생각합니다.

 

숱한 사랑과 기적이 꽃피었던 당신 손,

이제는 힘없이 매달린 그 손바닥에는

내 일상에 널려있는

무심함과 게으름의 못을 발견합니다.

 

또 한번의 사순절,

이마에 재를 얹고

습관인지 거짓인지 모를

참회의 몸짓조차 부끄러워하며,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하고 절규하였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짐을

말없이 받아지신 당신의 그 어깨를,

고통과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눈감으신 당신의 얼굴을

저는 이렇게 쳐다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광야에서의 그 고독

성 목요일 밤의 그 고독

온갖 악의와 조롱 속에서 걸으신

Via Dolorosa 의 고독

당신의 외로웠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어둠 속에서

당신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되기를

감히 청하지는 못하오나,

당신의 모습을 비출 수 있는

희미한 거울이라도 되게 하소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