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순절에
-강정봉 안드레아
텅 빈 성당
당신 십자고상 앞에서
갈릴래아의 바람과 먼지와 고달품에
터지고 갈라진 당신의 발을 보며
그 발을 향해 내리치던
내 이기심의 망치를 생각합니다.
숱한 사랑과 기적이 꽃피었던 당신 손,
이제는 힘없이 매달린 그 손바닥에는
내 일상에 널려있는
무심함과 게으름의 못을 발견합니다.
또 한번의 사순절,
이마에 재를 얹고
습관인지 거짓인지 모를
참회의 몸짓조차 부끄러워하며,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하고 절규하였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짐을
말없이 받아지신 당신의 그 어깨를,
고통과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눈감으신 당신의 얼굴을
저는 이렇게 쳐다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광야에서의 그 고독
성 목요일 밤의 그 고독
온갖 악의와 조롱 속에서 걸으신
Via Dolorosa 의 고독
당신의 외로웠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어둠 속에서
당신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되기를
감히 청하지는 못하오나,
당신의 모습을 비출 수 있는
희미한 거울이라도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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