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는 물론 상하좌우까지 꽉 막힌 나무상자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앞이 깜깜하고 속이 답답해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온갖 연장이 즐비한 병원에서 먼저 외과 진찰을 받았습니다.
의사인 '열쇠'가 제안했습니다.
"안으로 들여놓기만 하고 내놓지 않아서 그래요. 자물쇠를 열어드릴까요?"
"아뇨! 내 안의 것을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에는 안과에 갔습니다.
안과 의사인 '장도리'가 진단했습니다.
"창이 없으니 어두울 수밖에 없지요! 어느 쪽으로 창을 내드릴까요?"
"그만두십시오! 도둑이 들면 어쩝니까?"
상자는 답답함을 안은 채 이리저리 부딪치며 나왔습니다.
얼마 후 죽을때가 다 된 나무상자는 멀리서 빛을 쏟아내는 멋진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자기 가슴에 붙어 있는 자물쇠에게 물었습니다.
"자물쇠야, 저 친구는 누구니?"
자물쇠가 대답했습니다.
"자네처럼 꽉 막힌 '창고'로 살지 않고 마음을 활짝 열고 사는 상자야!
세상은 저 상자를 가리켜 '등대'라고 부른단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모습입니까.
아무도 날 건드리지 못하게 해놓은 꽉 막힌 '창고' 입니까,
아니면 신앙의 빛을 받아 나와 이웃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등대' 입니까.
자신을 이웃과 단절시키고 하느님과 단절시키는 것은 완고한 우리의 마음입니다.(시편95.8)
어느 순간 '창고'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등대'처럼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포기해 버립니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러고는 진실한 회개 없이 닥치는대로 대충대충 살아갑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고 위험한 태도입니까.
영원한 생명을 찰나적인 생명과 맞바꾸려는 것이 아닙니까.
:
자신 안에만 갇혀 사는 '창고'와 같은 사람,
그는 주님께 다가설 수도 없고 그분의 은총이 전달될 수도 없습니다.
: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 모든 것을 드러낼 때 구원의 빛줄기가 쏟아집니다.
바로 그때 우리는 더 이상 '창고'가 아니라 생명의 빛을 뿜어내는 '등대'로 우뚝 설 것입니다.
- 송현 신부 지음, 카톨릭출판사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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