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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170) Q. 성모님을 본받고 싶어요

by 하늘 호수 2012. 10. 7.

 
[아! 어쩌나?] (170) Q. 성모님을 본받고 싶어요



Q.  성경을 보면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처녀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서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고 하자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그 인사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대목을 보면서 처녀 마리아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사람도 아닌 천사가 나타나서 말을 거는데 한치 놀람도 없이 대답하는 마리아의 뱃심이 너무나도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누가 제게 말을 걸라 치면 제풀에 놀라 도망갈 정도로 뱃심이 약해서 부모님은 저를 보고 놀란 토끼 같다고 놀리시곤 했습니다. 또 늘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살아 힘이 많이 듭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성모님처럼 강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A. 마리아의 강건함을 알려면 마음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격의 여러 구조가 활동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가요.

 외부 자극에 의해 정신 에너지가 형성되고 변화가 일어납니다. 만약 외부에서 아무런 자극도 주어지지 않는다면 정신은 고인 물처럼 썩게 됩니다. 그러면 끊임없이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늘 새롭게 변화하고 완성될 수 있을까요.

 심리학자 융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정신은 상대적 안정성에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계속 새로운 것들이 정신 안으로 들어오면 교란효과가 나타납니다. 아무리 작은 자극일지라도 정신적 안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현상은 정신체계 내의 에너지 재분배에 의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정신이 완전히 열려있으면 혼돈이 오고, 완전히 닫혀있으면 침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늘 외부에 대해 마음을 열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정기적으로 일상사에서 초연해지는 즉,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도와 일상이란 두 가지 시간을 조화롭게 가져야 건강하고 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그렇게 사셨고 또 수도자적 삶을 사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삶의 패턴을 가지고 삽니다.

 그런데 자매님은 심리치료적 관점에서 좀 더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입니다. 자아존중감이 약한 사람들은 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나는 무가치한 인간이야''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뭐라 할까' 등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처럼 자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을 비하하고 살기에 매사 자신감이 없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거절 표현을 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피해입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가장 안 좋은 것은 자신의 능력보다 낮은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면 결혼할 때 자신과 걸맞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는 낮은 수준의 사람을 선택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자처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할까 봐, 혹은 결혼생활이 실패할까 봐 고3 수험생이 자신의 실력보다 낮은 대학을 선택하듯 배우자를 고른다는 것입니다.

 또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는 별 관심 없이 활력 없고 지루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매님은 정말 성모님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모님께서 순종의 삶, 침묵의 삶을 사셨다고 믿지만 실제 성모님은 그렇게 동양적 현모양처형 성격을 가진 분이 아니셨습니다. 오히려 여장부다운 기개를 가진 분이고, 아주 당찬 분이셨습니다.

 예를 들어 "주님의 뜻이오니 내게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셨지만, 그 이전에 천사에게 자신이 처녀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 하고 반문할 정도로 담이 큰 분이었습니다. 또 고집도 만만치 않은 분이셨음을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알 수 있습니다.

 아들이신 주님께서 기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음에도 밀어붙이셔서 결국 기적을 얻어내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공생활을 하실 때는 뒷전에 계신 것이 아니라 여인들을 동원해 제자들을 수발했고, 아드님이 승천하신 후에는 초기 교회공동체의 정신적 어머니로서 큰 역할을 수행하셨습니다.

 이처럼 성모님은 대범한 분이셨는데, 이것은 그만큼 당신의 자존감이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매님도 성모님의 이런 면모를 본받아 자존감을 키우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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