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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일반/- 아! 어쩌나?

[아! 어쩌나?] 169. Q. 의심이 너무 많아요

by 하늘 호수 2012. 10. 7.

 
[아! 어쩌나?] 169. Q. 의심이 너무 많아요



  제 남편이 너무 의심이 많아 상담을 청합니다. 결혼 전에 만난 남편은 아주 신중한 사람이었습니다. 늘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깊이 있게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결혼했지요. 막상 부부생활을 하다 보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할 때가 자주 보여 괴롭습니다.

 처음에는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더군요. 그냥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 모든 사람을 지나치게 의심하고 경계합니다. 사람들이 늘 자신을 멀리하고 따돌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특정 한 사람을 아주 심하게 욕하고 미워해 듣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직장상사인데 자기를 이유 없이 무시하고 부당한 취급을 한다는 것입니다.

 보다 못해 제가 남편 직장에 찾아가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남편 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남편은 아주 별종이었던 것입니다. 다른 직원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 남편 잘못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주면 고마운 마음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왜 자기를 미워하느냐고 입에 거품을 물고 대들고, 심지어 자신이 잘못한 것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덮어씌우곤 해서 직장 안에서 인심을 잃을 대로 다 잃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늘 냉소적이고 논쟁적인 데다 늘 화가 난 얼굴이어서 놀러 갈 때도 남편을 일부러 데려가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까지 의심해서 더 어처구니 없는 심정입니다. 제가 자기에게 불성실하다, 사랑이 식었다고 하더니 심지어 다른 남자와 사귀지 않느냐고 의심합니다. 어떤 때는 제 사물함을 뒤져서 속을 뒤집어놓기도 합니다.

 이런 남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더니 차라리 이혼하라고 합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이고, 제가 사랑해서 한 결혼을 그런 식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남편은 편집증적 사고를 가진 분인 듯합니다. 이런 분들은 근거 없는 의심과 불신감에 지나치게 집착을 해서 직장생활이나 결혼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같은 편집증적 사고를 가진 분들에게는 몇 가지 심리치료 방법을 알려 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형제님이 믿을 만한 어떤 사람 즉, 대부님이라든가 본당 신부님 또는 수녀님처럼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왜냐면 대개 이런 분들은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서 의심받고 불신당한 상처가 깊은 분들이기에 마음 안에 어린 시절 그 대상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 대한 불신감이 깊습니다.

 그래서 그런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자신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그분들에게 전폭적 지지와 이해, 돌봄을 받으면서 어린 시절 아픈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가고 마음 안에 기본적 신뢰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전문상담가 상담도 필요하지만, 지속적 신뢰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본당 단체활동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서로를 '형제자매'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치료적 관점에서 아주 유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지오 마리애라는 단체에 가입하실 것을 권합니다. 매주 기도와 회합을 하는 단체라서 심리적 유대감이 가족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흑은 남편의 취미활동 여부를 고려해 다른 단체활동을 하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가장 안 좋은 것은 혼자 있는 것입니다. 이분들은 대개 혼자 있으면 매우 부정적이고 편집증적 생각에 깊이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좋은 상담가를 만나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상담을 하는 것입니다. 상담가 역할은 내담자가 가진 의심이나 왜곡된 사고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현실감을 갖게 해주는 것입니다. 때로는 일반인들이 내담자 상태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자기 기분에 휘둘려 내담자에게 윤리적 관점에서 "무엇을 하라"거나 "무엇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충고하기도 하는데, 선무당이 사람 잡듯 자칫하면 내담자 마음을 더 닫게 하고, 불신감을 더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 훈련을 받은 상담가에게 남편을 맡기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집에서는 가능하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편집증적 사고를 하는 분들은 마음이 늘 편치 않고, 늘 혼란스럽고 불안한지라 외부 환경만이라도 편하게 해준다면 내적 상태가 그런대로 안정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성경구절을 하나 추천합니다. 마태오복음 10장 31절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종이에 적어 늘 품에 지니고 다니다가 마음이 편치 않을 때 꺼내서 묵상하라고 하십시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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