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기억하십니까?
27년 전 오늘, 1987년 3월 15일을.
그 날은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난 날이었지요.
지금의 명동역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 퍼시픽 호텔을 지나 골목마다 카페가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카페라고 부르지만, 그때는 경양식집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그 경양식집 이름은 잊었지만,
엄지손가락을 펼친 주먹을 집앞에 대리석(?)으로 세워놓은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우리를 소개해 주었던 경재씨가 가고
우리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근처에서 영화를 보았던 것 같은데, 영화관 이름은 잊었습니다.
영화는 "기쁜 우리 젊은 날"이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제목만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참 좋은 시절입니다.
인터넷에 영화 제목을 입력하니, 그 영화를 다시보기 할 수가 있습니다.
배창호 감독에 안성기, 황신혜 주연이었네요.
그렇지만 음악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주제곡 제목도 몰랐지만, 지금 보니 토셀리의 세레나데 였네요.
영화를 보고 나오며 좀 시시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시간 내서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당신과 나는
27년전 1987년 3월 15일에 만나
26년전 1988년 3월 12일에 결혼을 했으니
꼭 1년을 연애하고 결혼한 거지요.
26년의 결혼생활 중에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삐그덕 거릴 때도 여러번 있었고요.
제 입에서 이혼하자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한번도 이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두고두고 감사하답니다.
지금은 대학생 두 아들이 있어 든든하고
아직은 직장 현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 주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결혼기념일을 당겨서 축하하는 자리에서 제가 말했지요.
당신도 열심히 살아줘서 감사하고
아들들도 열심히 살아줘서 감사하다고요.
정말입니다.
저 역시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우리 식구 모두들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는 것을 아내로서, 엄마로서 인정합니다.
그래서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잘난 것도 있지만, 허물도 많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서로가 자기의 허물은 감춰둔 채, 잘난 것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허물을 서로 인정하고 감싸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나도 죽을 만큼 힘들게 살아온 세월 있었지만, 당신도 마찬가지였겠지요.
그렇게 힘든 세월들을 잘 참고 견뎌내고 극복하며 26년을 살았더니
이제는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습니다.
여보! 그동안 애 많이 썼습니다.
사랑합니다.
나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다시 한 번 보려고 하는데, 당신도 함께 보시렵니까?
Toselli/Serenade
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니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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